영화 속 임창정(30)의 매력은 B급 문화의 대변자인 듯 촌스럽고 코믹한 양아치 이미지에 있다. 하지만 그가 불러 온 노래는 이런 이미지와 달리 너무나 진지하고 점잖은 발라드 곡이 대부분이다. 새로 나온 10집 'Bye'는 그 어느 때보다도 묵직하다. 하지만 노래하는 그의 점잖은 모습을 볼 날도 얼마 남지 않았다. 10집 관련 활동을 마지막으로 "제대로 된 양아치를 보여주기 위해" 연기에만 전념할 생각이기 때문이다.
"가수 임창정에게 A+를 주겠다"
임창정은 10집을 내면서 "마지막"이라고 못박았다. 가수 활동에 대해 스스로 매긴 점수는 ABC로 나누었을 때 B+. 딱 B를 주기에는 조금 아쉬워 B+를 매겼다. 하지만 그를 곁에서 지켜본 기획사 관계자의 말은 다르다. "누구보다 열심히 한 그에게 A+를 주고 싶다"고 했다. 왜 노래를 그만 하느냐는 질문에 "11집까지 내는 것은 염치 없는 일"이라고 짤막하게 답했다. "3, 4집쯤에서 반짝하고 그만 둘 수도 있었는데 10집 낸 것만으로도 충분히 자랑스럽다"고 덧붙였다. "어리고 잘 생긴 후배들이 많은데 살아남을 수 있겠어요?"라는 얘기지만 애초에 그의 경쟁력은 잘 생기거나 나이 어린 게 아니었기에 아쉬움이 남는다.
"잘 나간다구요?"
지난해 그는 인생에서 가장 행복한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영화 '색즉시공'이 흥행에 성공했고 돈도 많이 벌었다. 출연료 3억5,000만원에 러닝 개런티를 따로 받기로 한 영화 '백조의 호수'도 기다리고 있다. "돈 벌었으니 이제 편히 살려고 노래 그만 두는 것 아니냐"고 따지듯 물었더니 "지금도 11집 계약하면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걸요"라고 웃는다. '짠돌이'라는 말에는 발끈했다. "생긴 게 없게 보여서 오해를 받는 거죠. 사실 쓸 때는 팍팍 써요." 최근 고향인 경기도 이천에 계시는 부모님에게 4층 건물도 지어드렸다. "아버지는 결혼하면 인기 떨어지고 돈도 못 번다고 결혼하지 말래요." 그의 능청스러움과 유머 감각은 아버지에게서 배운 게 분명하다.
"내 꿈은 제대로 된 양아치"
'비트'에서 시작해 '색즉시공'까지 이어온 촌스러운 이미지에서 벗어날 생각은 없다. 오히려 이제 "제대로 된 양아치로 자리잡고 싶다"고 했다. "지금 하는 역만 잘 해도 좋잖아요. 게다가 사람들이 즐거워하는 걸요."
영화 속에서 건들건들한 B급 인생을 연기할 때 가장 편하다. "저랑 비슷하니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잘 알죠." 스물한살 때 가출해 "안개 속에서 방황하는 듯한 시절을 보내면서도 성공에 대한 믿음이 있었고, 좌절도 많이 겪었지만 욕심을 버리지 않았던" 그의 20대는 영화 속의 그와 꼭 닮았다.
"믿음이 가는 사람 되고 싶어"
그는 성실하기로 소문이 나 있다. 스스로는 "가수와 연기 두 가지를 다 하니까 설렁설렁 하면 '욕심만 많고 제대로 하는 건 없다'는 소리를 들을까 봐 더욱 열심히 했던 것 같다"고 이유를 들었다. "뭘 하든 믿음이 가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도 덧붙였다. 드라마 단역이나 영화 '남부군' 의 조역 등으로 일할 때도 언제나 즐거웠다. "힘들었냐고요? 단역도 없어서 못 했죠. 언젠가는 주연 할 생각에 즐거웠는걸요."
"10년 동안 너무 바빴고 가수로서는 이미 가지고 있는 것은 다 보여줬어요. 동이 났죠. 식상하고 버겁기도 해요." 물론 음악을 완전히 그만 둘 생각은 아니다. "이제 여행 가서 하루 더 있고 싶으면 하루 더 있을 수 있는 여유를 가지고 지내다 보면 지금까지보다는 더 괜찮은 음악을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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