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 파업이라는 산고 끝에 조흥과 신한의 짝짓기가 마침내 성사됨으로써 국민은행에 이어 총자산 148조원 대의 2대 은행으로 거듭 태어나게 됐다. 지난해 말 서울·하나의 합병으로 형성된 국민·우리·하나의'빅3'체제가 불과 반년 만에 '4강 체제'로 개편되는 셈이다. 거역할 수 없는 대형화 흐름 속에 중소형 은행도 이젠 생존 차원의 몸집 불리기에 나설 수밖에 없어 이번 합병을 계기로 국내 금융권에 또 한차례 '빅뱅'의 태풍이 몰려올 것으로 예상된다.시장 판도 격변 예고
조흥과 신한의 결합은 일단 규모 면에서 상당한 파괴력을 예고하고 있다. 3월말 현재 각각 74조원 대에 이르는 두 은행의 총자산이 합쳐질 경우 합병은행의 외형은 148조4,500억원으로 국민(219조원)에 이어 2위로 껑충 뛰어오르게 된다. 3위로 한단계 밀려난 우리(107조1,000억원)나 4위로 내려앉은 하나(89조6,000억원) 보다 웬만한 중소형은행을 하나 더 갖고 있는 정도의 파워를 지니게 된다.
우량중소기업을 토대로 한 탄탄한 수익력, 업계 최고 수준의 신용평가시스템 등을 자랑하는 신한의 강점에다 오랜 전통 속에 형성돼 온 조흥의 폭넓은 고객기반이 더해질 경우 내용 면에서도 상당한 시너지가 예상된다. 특히 조흥은 법원과 병원, 학교 등 공공기관에 광범위한 점포망을 확보하고 있어, 후발은행으로서 상대적으로 취약한 신한의 영업력을 보완하는 데 큰 기여를 할 것으로 예상된다.
신한·조흥 합병은행의 등장으로 메이저 은행들 사이에 서로의 '텃밭'을 빼앗기 위한 영토전쟁 역시 가속화할 전망이다. 가계담보대출이나 신용카드영업 등 소매금융 분야에서 절대 우위를 차지하고 있는 국민은행과 대기업 등 기업금융부문에 강점을 지닌 우리은행, 고액자산가를 대상으로 한 프라이빗뱅킹이나 투자신탁 및 증권대행업무를 홈그라운드로 여기는 하나은행 등이 새로운 경쟁자에 맞서 어떤 전략을 들고나올지 주목된다.
중소형은행 이합집산 불가피
조흥·신한 합병을 계기로 중소형 은행들 역시 빅4 은행들의 고래등 싸움에서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선 대형화를 통한 생존모색이 불가피해졌다.
국내 은행의 4강체제 개편으로 당장'3약(弱)'으로 전락한 외환(61조7,000억원), 한미(49조4,208억원), 제일(36조5,000억원) 등은 자의든 타의든 합병 물살에 가세할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 외환의 경우 미국계 투자펀드인 론스타와 지분매각 협상을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고, 조흥은행 인수를 추진했다 실패한 제일은행 역시 대주주인 뉴브리지캐피털의 막대한 자금력을 토대로 다른 합병 파트너를 물색, 제2의 합병바람을 일으킬 가능성이 높다.
/변형섭 기자 hispeed@hk.co.kr
신한지주 자회사로 편입되는 조흥은행 새 행장 후보로 이강륭(60) 전 조흥은행 부행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신한지주 관계자는 22일 "홍석주 현 행장 체제는 주주총회가 열리기까지 2∼3개월 동안만 유지되는 만큼 덕망있는 전·현직 임원 중에서 후보를 물색 중"이라며 "이 전 부행장도 후보자 중 1명"이라고 말했다. 강릉 출신으로 서울대 법대를 나온 이 전 부행장은 1969년 입행, 98년 11월부터 99년 4월까지 은행장 대행을 역임하기도 했으나 지난해 3월 은행장 인선에 밀려 퇴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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