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출의 계절에 비만과의 전쟁이 한창이다. 살을 빼 준다는 다이어트 제품이 날개 돋친 듯 팔리고 있으며 헬스클럽마다 몸 만들기에 여념이 없는 여성들로 넘쳐 나고 있다. 헬스클럽과 비만클리닉에는 비만도를 간단히 측정해주는 체지방 측정기가 많이 비치돼 있다. 발을 체지방 측정기에 올려놓고 1분30초∼2분 정도 기다리기만 하면 저절로 체지방을 알려주고, 비만인 사람은 '비만, 운동 부족'이라는 경고 메시지까지 뜬다. 어떤 원리로 체지방량을 측정하는지 알아본다.몸 속 전기 저항 측정
인체 내 지방을 측정하려면 몸의 부피와 밀도를 재면 된다. 따라서 체지방을 구하는 가장 정확한 방법으로 사람이 수조(水槽) 속에 들어가 비중을 재어 몸무게와 비교하는 것(수중체밀도법)이다. 지방은 밀도가 낮고 근육은 밀도가 높기 때문에 두 성분의 밀도차를 비교하면 지방량을 알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방법은 매우 번거롭기 때문에 새로 고안된 것이 바로 '생체 임피던스 측정법(BIA)'이다. 1983년 얀 노보에르 박사가 몸 속의 수분과 전기저항과의 관계를 밝혀내면서 이 측정법이 실용화됐다. BIA는 인체에 250mA 정도의 약한 전류를 통과시켜 체내 저항값(임피던스)을 측정하는 것이다.
인체의 구성 성분(물, 단백질, 무기질, 지방) 가운데 전류를 통과시키는 것은 전도성이 높은 물 밖에 없다. 따라서 인체에 전극을 접촉시켜 전류를 흘려 주면 전류는 물을 따라 흐르게 된다. 몸 안에 물이 많으면 전기가 흐르는 통로가 넓어져 저항이 적고 물이 적으면 전기가 흐르는 통로가 좁아져 저항이 커진다. 이를 통해 몸 속에 있는 물의 부피를 알아낼 수 있다.
몸 속의 물 부피를 알아내면 지방을 제외한 근육량을 산출할 수 있다. 근육의 73%정도가 물이라는 게 생리학적으로 밝혀졌기 때문. 그 다음 몸무게에서 물, 근육(단백질+무기질)을 모두 빼면 체지방량을 구할 수 있다. 한국의 체성분 구성비율은 남성(여성)의 경우 물 62.4%(56.5%), 단백질 16.5%(15.2%), 무기질 5.8%(5.3%), 체지방 15.3%(23.0%)이다.
어떤 측정기 있나
BIA원리를 이용한 체지방 분석기가 1980년대부터 상품화하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누워서 측정하는 방법이 사용되다가 1990년대부터는 서서 측정하는 방법이 개발됐다. 또한 임피던스 측정 부위도 처음에는 단주파수로 전신을 재다가 점점 다주파수 부위별로 측정하면서 정밀도가 높아졌다.
체지방 측정기 가운데 첨단 기기는 부위별로 체지방을 재는 측정기다. 바이오스페이스가 세계 최초로 개발한 '인바디'는 발판 위에 올라가 양 손에 전기단자를 잡고 기다리면 전체 체지방량 뿐만 아니라 팔, 다리, 몸통 등의 부위별 크기와 복부 비만도를 계산해준다. 이렇게 부위별로 측정이 가능한 것은 사람 몸을 5개의 원통으로 나누어 따로 인체 저항을 측정하는 '5원통 모델' 방식을 채택했기 때문. 전류를 흘려주고 전압을 측정하는 것을 5번하면 가능하다.
휴대용 체지방 측정기도 있다. 이는 상체의 인체 저항을 구하는 방식을 채택하는데 양쪽 측정 단자를 엄지와 검지를 이용해 잡은 후 5초 정도 지나면 체지방량이 나온다. 두 가지 방법 모두 사람의 몸을 하나의 원통으로 가정한 뒤 원통 전체의 저항을 계산한다. 하체의 인체 저항을 구하는 방식은 비교적 간단하지만 사람은 상체에 지방이 몰려 있기 때문에 정확하지 않을 수 있고 상체의 인체 저항은 측정 자체가 좀 까다로운 편이다.
가정에서 사용하기 편한 체지방 측정기로는 키, 몸무게, 나이, 성별 등을 입력한 뒤 저울처럼 판 위에 올라가면 체지방을 알 수 있는 기기가 있다. 이 기기는 오른쪽 발에서 왼쪽 발로 전기를 흘려준 뒤 양쪽의 전압 차이를 측정하는 방법을 사용한다. 전압의 차는 바로 인체 저항을 의미하며 인체 저항을 계산하면 위에서 말한 방식으로 체지방량을 계산할 수 있다.
/권대익기자 dkwon@hk.co.kr
<도움말=연세대 의대 의학공학교실 김덕원 교수, 삼성서울병원 건강의학센터 천은미 교수>도움말=연세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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