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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간부 사진공개 파문 / 盧와 기념촬영… 얼굴노출 금지된 22명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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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간부 사진공개 파문 / 盧와 기념촬영… 얼굴노출 금지된 22명 드러나

입력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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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무현 대통령이 지난 20일 국정원을 방문, 간부들과 찍은 기념사진이 인터넷 신문 오마이뉴스에 공개돼 파문이 일고 있다. 국정원 보안업무관리규정에 의하면 국정원 직원의 경우 정무직인 원장과 1·2·3차장, 기조실장을 제외하고는 사진은 물론, 신원이나 직책 등이 일체 비밀로 돼 있다. 더구나 이 사진은 청와대측이 제공했고, 오마이뉴스는 이를 아무런 여과 없이 인터넷상에 게재했던 것으로 밝혀져 책임 논란이 일고 있다.오마이뉴스는 20일 저녁 노 대통령의 국정원 방문 기사를 내보내며 노 대통령과 청와대 수석·보좌관, 국정원 고위간부 등 35명이 기념촬영한 사진을 게재했다. 이 사진에는 공개되지 말아야 할 22명의 국정원 1·2급 간부가 끼어있어 그들의 얼굴이 한꺼번에 알려지는, 사상초유의 일이 생긴 것이다.

그러나 당사자인 국정원은 물론, 청와대측도 22일 오전까지 이 사실을 알지 못했던 것으로 확인됐다. 청와대 대변인실은 이날 오전 본보 기자가 경위를 물어본 뒤에야 "그런 사진이 어디에 떴느냐"고 당황해 하며 확인하는 소동을 벌였다. 확인 결과 문제의 사진은 청와대 전속 사진사가 오마이뉴스의 요청에 따라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대변인실은 황급히 오마이뉴스에 "기밀사항인 간부들의 사진이 나가면 안되니 이를 삭제해달라"고 요청했다. 이렇게 해서 문제의 사진은 36시간이 지난 뒤에야 인터넷상에서 빠졌다.

청와대 사진기자단은 국정원 간부의 신원 공개 금지를 관행적으로 받아들여 실무간부들의 얼굴이 나오지 않도록 사진을 찍어왔다. 이번 기념사진 촬영 때도 사후누설을 우려해 취재를 하지 않았고 청와대 전속 사진사만 내부자료용으로 촬영한 것이다.

이에 따라 우선 청와대가 중요 기밀을 유출했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특히 고영구 국정원장이 '비노출 간접접촉'을 선언한 상태에서 실무간부 전체의 얼굴이 노출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진 것이다.

한편 오마이뉴스는 문제의 사진을 삭제한 뒤 이날 오후 "'최초' 좋아하는 청와대, 세계 최초로 국정원 '스파이 대장' 22명 얼굴 공개"라는 제목으로, 오히려 청와대를 비판하는 기사를 실었다. 오마이뉴스는 자신의 '실수'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고 "청와대는 이 사진을 일부 언론에 배포해 공개하는 치명적 실수를 저질렀다"며 "이는 국정원 개혁의 칼을 빼어 든 아마추어 권력의 위세에 주눅든 국정원 프로들의 복지부동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고 비난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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