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은 특검의 수사기간 연장 요청에 대한 결정을 앞두고 마지막 순간까지 고심을 거듭했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호남 민심과 진보진영의 여론, 민주당의 요청, 문희상(文喜相) 비서실장과 유인태(柳寅泰) 정무수석 등 청와대 참모의 건의 등 일관된 목소리에 거부쪽으로 기울고 있다.노 대통령은 22일 오전 서울 종로구 명륜동 주민들과 가진 대화에서 "특검 활동을 일단락 짓고 새로운 의혹 부분은 따로 또 했으면 좋겠다"고 말해 연장 거부 쪽으로 기울어져 있음을 시사했다. 이런 언급은 전날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로부터 직접 설명을 들은 뒤 나온 것이어서 더욱 연장 불허 방침으로 해석될 여지가 많다. 그러나 함께 흘러 나온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해 보면, "노 대통령의 어법에 비추어 반드시 거부를 뜻하는 것이 아닐 수 있다"는 지적도 있다.
노 대통령이 '150억원 수수 의혹에 대한 수사 주체를 누구로 할 것이냐'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는 데는 별다른 이견이 없다. 송 특검에게도 150억원 관련 부분이 남북 정상회담과 어떤 관계가 있는지, 또 기존의 특검이 계속 수사하는 것이 적절한 지를 집중적으로 물었다. 송 특검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에 대한 조사계획이 없다'는 점을 밝혔기 때문에 노 대통령의 관심은 더욱 150억원에 모아질 수밖에 없다.
노 대통령은 정치적 이유에서 뿐만 아니라 법리적 관점에서도 150억원 부분은 별도로 수사하는 것이 좋지 않겠느냐는 생각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노 대통령이 명륜동 주민들에게 "뒤범벅돼서 끌고 가는 것 보다 일단락하는 것이 맞는 것 같다"고 말한 것은 송 특검의 설명을 충분히 납득하지 못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러나 특검 연장을 거부했을 경우 새롭게 제기되는 문제점들이 노 대통령의 발목을 잡는다. 문재인(文在寅) 청와대 민정수석은 "연장을 허용하지 않으면 150억원 의혹을 검찰 수사에 넘겨야 하는데 정치적 사안의 경우, 국민들이 검찰 수사를 믿지 않는 것이 문제"라면서 "검찰 수사를 한다고 해도 다시 특검 논란이 불거지지 말라는 보장이 없다"고 우려했다. 끝도 알 수 없는 더 큰 혼란에 빠지느니 차라리 지금의 특검에서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이 낫다는 생각이 있는 것이다. 검찰이 150억원 의혹 수사에 대해 미온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도 현실적인 난관이다. 강금실(康錦實) 법무장관 등이 특검 수사를 선호하는 발언을 했기 때문에 여론은 더욱 더 검찰의 수사 의지에 의문을 가질 수 밖에 없게 됐다.
이 때문에 연장 허용을 주장하는 청와대 일부 참모와 법무부가 사전에 입을 맞춘 것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노 대통령으로서도 검찰 수사가 불신을 받을 경우를 상정하기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최종 결정은 뚜껑을 열어봐야 안다는 것이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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