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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쯧쯧, 담배도 못끊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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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재원의 30대를 위한 쪽지]"쯧쯧, 담배도 못끊으면서…"

입력
2003.06.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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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끊는 담배를 위한 변명A는 유능한 30대 직장인이다. 유능해서 담배도 잘 끊는다. 다른 사람들은 그토록 어렵다는데 그는 아주 쉽게 자주 끊는다. 해마다 평균 한 번씩 끊으니까 아마 평생에 40번은 끊을 듯.

B는 일단 끊었다. 그러나 끊은 지 2년 쯤 지났을 때 어머니가 돌아가셨다. 빈소에서 불효를 자책하며 울다가 어느새 손끝에서 타올라 가는 담배연기를 보며 더욱 슬프게 통곡했다. "엄마. 나 또 피웠어!"

C는 이혼했다. 그가 담배를 끊을 때 입버릇처럼 하던 말이 있었다. "두고 봐라. 내가 담배를 다시 피우면 마누라와 이혼한다." 그런데 담배를 다시 피웠기 때문에 이혼한 것이 아니라, 이혼했기 때문에 또 담배에 손을 댔다.

D는 30대 초반에 일찌감치 독립해 벤처 회사를 차렸다. 처음엔 한 20억원 투자도 받았고 잘 나가는가 싶더니 3년이 못가 부도가 났다. 부도나고 다시 담배를 피운 것이 그의 아내에게는 부도보다 더 가슴 아팠다고 한다.

독약마시기 국제 대회

담배는 한 번 끊는 거다. 다니던 회사 그만 둘 때 사표도 딱 한 번 써야하듯이.

끊었다가 이혼했다고 다시 피우고, 어머니가 세상을 떠나자 슬픈 마음에 다시 피우고, 사업 부도났다고 다시 피우고…. 직장인 가운데는 끊었다가 사표내고 나서 또 피우는 사람이 의외로 많다. 담배의 해독을 알리는 인터넷 사이트에 들어가 보면 담배 피우고 싶은 생각이 싹 가실 것이다. 폐암 하나만 예로 들어도 하루 20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은 피우지 않는 사람보다 폐암 발생률이 6배나 높고40개비 이상 피우는 사람은 12.6배다.

담배는 심장과 절대적 관계에 있다. 흡연은 심장 근육에 영양과 산소부족을 초래,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 걸리게 한다. 그 외에 뇌출혈, 뇌경색, 기관지염, 폐기종 등 무시무시한 병의 대부분이 담배와 굳게 결연(結緣)하고 있다. 더 이상 담배를 피우는 것은 지옥행 독약마시기 콘테스트에 출전하는 격이다. 담배의 해독은 이혼의 아픔보다 지독하고 전염병보다 치명적이고, 정치인의 금전 스캔들보다 지저분하다.

아내 죽이기와 아내 사랑하기

끊어야 하는 것이 담배다. 흡연자 아내에게 남편의 애인과 담배 중 어느 것을 끊어야 하느냐고 물으면 '담배!'라고 할 만큼 담배는 아내에게도 독극물이다. 자궁암의 원인 가운데 흡연의 비중이 크다.

무한한 가능성 앞에 선 30대 직장인은 스스로에게 동기부여하라. "담배 하나를 못 끊는 주제에 무슨 큰 일을 할 수 있으랴?"

끊는 날짜를 통고하라. 이메일, 편지, 팩스, 전화 등을 총동원해서. 아니 언론에 알리고, 초등, 중·고등, 대학의 총동창회에 알리고, 친가 처가 이모네 고모네 사돈의 8촌까지 일단 다 알려 놓아야 효과가 발생한다. 담배끊기 약속을 지키지 못하면 아내는 물론 아들 딸의 맞담배질을 허용하기를 공증하라. 끊겠다는 날부터 아내는 30일간 매일 삼배(三拜)를 해주라. 다시 담배를 피우면 평생 아내에게 삼배하겠다는 각서를 공증받으라.

인생은 '담배끊기'다. 우리는 매일 끊어야 하고, 매일 결단해야 한다. 살을 에이는 이별이나 고독조차 일상의 한 수순으로 받아들이는 일상성의 의지가 필요하다. 물론 어렵다. 그러나 담배 하나를 끊을 수 없다면 이 세상에 그가 성취할 수 있는 일은 없다.

/칼럼니스트(smileok@knma.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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