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국내에서 처음으로 사회책임투자운동(SRI:Socially Responsible Investment) 관련 국제 세미나가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사회책임투자에 대한 관심을 반영하듯, 대기업, 금융, 학계, 시민단체 인사 250여명이 참석해 사회책임투자와 기업 지배구조 개선, 기업 발전의 지속가능성에 대해 열띤 토론을 벌였다.요즘 시장의 초점은 기업의 주주(shareholder)와 이해관계자 집단(stakeholder)이 기업과의 관계에서 주장하는 권리에 맞추어져 있다. 즉, 주주 입장에서는 기업에 대해 주인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행사하자는 의미(corporate governance)의 주주 운동으로 나타나고 있고, 주주는 아니지만 그 기업의 영향력 하에 있는 종업원이나 지역 사회 등의 기업 이해관계자 집단(stakeholder)으로서는 환경이나 인권운동으로 나타나고 있다.
돈은 힘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철강 노동자들의 퇴직 연금이 경쟁국인 일본의 철강회사에 투자되었다. 그 돈이 일본 철강회사의 생산성 향상에 쓰이고 그 결과가 일본 제품의 경쟁력으로 나타나고, 수익성이 떨어진 미국 철강회사는 직원들을 감원했다. 결국 투자의 결과가 부메랑이 되어 돌아와 사회적 문제가 된 것이다.
요즘 사회적으로 로또 선풍이 일고 있다. 한 주일 동안 판매액을 200억원으로 잡으면 일년 동안 1조원을 넘는 액수로, 우리나라의 대표기업인 삼성전자의 납입자본금이 8,891억원에 불과한 점을 감안하면 매년 삼성전자 하나를 만들 수 있는 돈이 복권 시장에 나오는 셈이다. 증권 시장이 투자자들에게 신뢰를 줄 수 있다면 이 거대한 돈이 증시를 통해서 환류 되면서 제2의 삼성전자를 만들어내고, 투자자들을 부유하게 해주고 고용문제를 해결해주고 국고를 충실하게 해 주는데 도움을 줄 것이다. 삼성전자 하나가 직접 고용하는 종업원은 4만8,000명을 넘고 40조원이 넘는 매출 중 70%를 해외에서 이뤄내고 있다. 삼성전자에 의존해 먹고사는 기업의 숫자나 국가에 내는 세금 규모를 빼고서라도 사회적 가치를 느끼게 하는 대목이다.
1995년 이래 8년째 1만 달러를 넘지 못하고 있는 1인당 국민소득과 13년간 주가지수 1,000 포인트를 회복하지 못하는 증시 모두가 우리나라가 처한 사회 시스템의 한계일지도 모른다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주주가 나서서 증권 시장 민주화에 나설 때이다. SRI가 단순한 대안투자(alternative investment)의 방법이 아니라 우리나라 증권 시장 민주화의 핵심 과제로 절실하게 부각될 타이밍이 무르익고 있다.
/제일투자증권 투신법인 리서치팀장 hunter@cjcyb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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