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용가 홍신자(63)씨는 잘 웃는다. 특히 무용을 시작한 이후 많이 웃으려고 노력한다. 그래서인지 1981년 자신이 뉴욕에서 만든 무용단도 '웃는 돌 댄스 컴퍼니'라고 이름 붙였고, 2001년 자신의 인생을 뒤돌아보기 위해 만든 작품 제목도 '웃는 여자'(The Laughing Woman)였다. 올해로 데뷔 30년을 맞는 그가 26∼29일 개최하는 제9회 안성 죽산예술제의 주제도 '웃음'(Laugh Fest)이다."무용인생 30년을 즐겁게 되돌아본다는 뜻에서 그런 이름을 붙였어요. 웃으면 피로도 풀리고 좋잖아요."
이번에 그가 준비한 작품은 신작 '시간 밖으로'. 탄생에서 죽음에 이르는 살고 있는 시간, 죽음 이후에 일어나는 일 등을 축제로 승화시키는 과정을 표현한 작품이다. 홍씨는 "국악을 동원해 우리 전통 정서를 담는 등 해외 무대 진출을 염두에 두고 만들었다"고 설명했다.
60년대 파격적 퍼포먼스로 예술의 또 다른 개념을 제시한 플럭서스(Fluxus) 멤버들도 무대에 선다. 당시 창립 멤버로 각종 미디어를 동원한 이벤트 전문가인 에릭 앤더슨이나 일본의 비디오 작업 선구자인 이무라 다카히코, 무용과 연극의 접목을 추구하는 이스라엘의 저명한 무용가인 리나 쉔펠트도 만날 수 있다. 홍씨는 "플럭서스 공연은 춤이 시작되기 직전에 관객들이 직접 무용의 테마를 주문하면 무용수들과 음악가들이 즉흥적으로 보여주는 무대"라며 "웃음이 저절로 나올 것"이라고 자신했다.
이밖에도 홍씨는 웃는돌무용단의 창단 멤버로 오랫동안 같이 활동해온 최영아씨와 함께 다양한 웃음소리를 소재로 퍼포먼스를 펼친다. 또 한국과 프랑스 부부 무용단인 프랑수와 라스칼루와 남영호, 박호빈, 공연작업단 심심, 윤지현, 윤요셉 등 국내외 예술가들이 무용, 음악, 연극, 비디오 작품 등을 선보인다. 관객들이 참여하고 즐길 수 있는 공연이다.
4월부터 제주, 광주, 부산에서 '웃는 여자'로 지방 공연을 갖고 있는 그는 죽산예술제에 이어 8월27일부터 9월6일까지 데뷔 30주년을 기념하는 본격 무대도 준비하고 있다. 지난해 출간돼 30만부가 팔리며 무용계에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 셀러 목록에 오른 자전적 저서 '자유를 위한 변명'에 이어 7월에는 그 속편을 펴낼 예정이다.
죽산예술제 입장료 하루 2만원. (02)782―2790 (031)675―0661
/최진환기자 choi@hk.co.kr
사진 왕태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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