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20일 취임 후 처음 국가정보원을 방문, "정권을 위한 국정원 시대를 끝내고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국정원 시대를 열어달라"고 말했다.노 대통령은 이날 고영구(高泳耉) 국정원장의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지금 정권이 국정원에 대해 묻지도 않고 요구하지도 않아 불안해 할지 모른다"면서 "나는 국정원 검찰 경찰 국세청 등 4대 권력기관에 의지하지 않는 정부를 탄생시키겠다"고 강조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정치사찰은 당연히 폐기되어야 하다"면서도 "하지만 갈등조정과 국정일반을 위한 정보는 과도기적으로 (수집)해달라"고 말해 국정원에게 노사문제와 정책수립 등을 위한 국내정보활동을 계속하도록 주문했다. 노 대통령은 "여러분들이 오랫동안 할 일은 아니지만 지금 그 역량이 폐기되기는 너무 아깝다"고 덧붙였다.
노 대통령은 또 "대통령이 되고 나니 제일 난처한 것이 국정원이었다"며 "그러나 문을 닫으려고 해도 힘이 없고 더구나 국정원 공무원을 키운 본전 생각이 났다"고 말했다.
노 대통령은 이날 국정원 일반직원 170여명과 오찬을 함께 한 자리에서 "국정원의 일일보고서를 보는가"는 질문을 받고 "책임 있는 참모들을 통해 보고를 받고 있다"고 대답했다.
/고주희기자 orwell@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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