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경자·홍나영·장숙환 지음 열화당 발행·6만원구슬이 서말이라도 꿰어야 보배라고 했다. 이 말은 박물관 소장품에도 해당된다. 그저 갖고 있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누구나 자료로 쓸 수 있게 목록을 만들고 책으로 엮을 때 비로소 귀중한 유물이 만인의 것이 되고 후속 연구의 토대가 된다.
한국 복식사를 전공하는 세 명의 이화여대 교수들이 함께 펴낸 '우리 옷과 장신구'는 그래서 가치 있는 책이다. 이화여대가 소장하고 있는 방대한 컬렉션 중 조선시대 생활 의복을 그림과 사진 중심으로 정리한 이 책은 우리 전통복식의 원형과 아름다움을 보여주는 복식 도감이다. 일일이 손으로 그린 일러스트레이션 600여 컷과 사진 200여 점을 싣고, 각 장 첫머리에 우리 옷과 장신구의 종류며 역사, 특징에 관해 해설을 붙였다.
특히 이 책에서 만나는 일러스트레이션은 대단히 꼼꼼하게 완성된 것들이다. 유물마다 각 부문의 길이며 크기를 소수점 아래 자리까지 정밀하게 실측하고 제도해서 스케치, 생김새와 만듦새를 정확하고 자세하게 보여주고 있다. 갓만 해도 갓머리의 꼭대기와 아래 단을 장식하는 문양이며 갓끈을 멋스럽게 엮은 구슬이나 대롱의 모양과 크기, 짚신은 짚신코의 벌어진 정도, 뒤축의 폭, 각 부분의 서로 다른 매듭법까지 묘사하고 있다. 또 외국인도 볼 수 있게 영문 해설을 넣고 유물 이름에도 영문 표기를 달았다.
책은 쓰개, 머리장식, 몸 장식, 신발, 웃옷, 아래 옷, 겉옷으로 크게 갈래를 나눠 몸에 입고 쓰고 걸치던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각 항목은 다시 종류별로 나뉜다. 예컨대 머리장식은 비녀·뒤꽂이·댕기로, 몸장식은 노리개·주머니·안경집으로, 신발은 태사혜와 운혜·짚신과 미투리·징신과 나막신, 겉옷은 철릭·중치막·도포·두루마기·전복·토시 등으로 정리하고 있다. 대부분이 이미 우리 일상 생활에서 멀어진 것들이다. 그 낯설음을 옷감이며 장신구 재료의 질감까지 생생하게 잡아낸 사진이 덜어준다.
이 책은 반세기 가까이 자료를 모으고 정리한 끝에 이뤄진 결실이다. 1955년 국내 처음으로 이화여대에 한국복식사 강좌가 생겼을 때 강의를 맡았던 유희경 교수가 모은 사료를 제자인 이경자 장숙환, 그 아래 제자인 홍나영 교수가 정리했으니, 스승과 제자 3대에 걸친 수고가 배어있는 셈이다. 이 책은 생활복식만 정리한 것이고, 후속편으로 관복 등 제도복식과 의례복식을 낼 계획이다. 복식사 연구의 중요한 기초문헌이자, 일반 독자들로서는 우리 옷과 장신구의 멋을 눈으로 확인하는 책이다.
/오미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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