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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도 미남미녀라야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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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도 미남미녀라야 뜬다?

입력
2003.06.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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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악에 팝페라가 있다면 기악에는 일렉트로닉 클래식이 있다.길게 이어지고 있는 세계 클래식 음악계의 불황을 극복하기 위한 대안으로 팝페라와 일렉트로닉 클래식이 세계적으로 유행하고 있다. 그러나 일렉트로닉 클래식은 아직 국내에서는 낯선 장르다. 따지자면 수년 전 전자 바이올린 연주로 인기를 모은 유진 박과 바네사 메이도 넓은 의미에서는 여기에 속한다.

그러나 7월5일 2집 '샤인' 발매 차 쉐라톤 워커힐호텔 제이드가든 특설무대에서 두 번째 내한 공연(02―455―5000)을 갖는 영국 출신의 미녀 현악4중주단인 '본드'와 30일부터 7월3일까지 국내 공연 타진을 위해 방문하는 크로아티아 출신의 신예 미남 피아니스트 '막심'은 잘 생긴 얼굴과 파격적 연주로 일렉트로닉 클래식 붐을 부를 것으로 보인다.

뜨고 싶으면 남들과 달라야 한다. 클래식 음악도 예외가 아니다. 뜨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가 있다. 젊어서 연주를 엄청나게 잘 하거나 연주 외적 요소가 돋보이거나이다. 요즘은 두 가지를 다 갖춰야 살아 남을 수 있을 정도로 환경이 팍팍하다.

일단 잘 생기면 얘깃거리가 많다. 3월 내한 공연을 가진, 2000년 쇼팽 콩쿠르 우승자 중국계 피아니스트 윤디 리(20)는 연주 내내 소녀 팬들의 환호성에 휩싸였다. 일본의 여자 클래식 기타리스트 무라지 가오리(24)도 2000년 내한 공연 때 무대 위로 한 남자 고교생이 뛰어 올라오는 해프닝을 겪었다.

젊고 잘 생긴 연주자에 현란한 영상과 전자음악이 어우러지면 효과는 배가된다. 영국 길드홀 음악원을 졸업한 헤일리 엑커(제1바이올린), 런던 왕립음악원 출신의 에오스 채터(제2바이올린), 길드홀 음악원 출신인 타니아 데이비스(비올라), 런던 트리니티 음대 출신의 중국계 영국인 게이―이 웨스터호프(첼로) 등 20대 여성으로 구성된 '본드'는 개봉 예정인 영화 '미녀 삼총사'나 인기 여성 그룹 '스파이스 걸스'를 연상시킬 정도다. 결합이라는 뜻의 '본드'(Bond)는 다양한 장르의 융합을 추구한다는 의미로 영화 007과는 상관이 없다.

2000년 9월 영국 로열 알버트홀 데뷔 무대 후 눈 내리는 독일 베를린의 '브란덴부르크 문' 공연, 뉴욕 타임 스퀘어와 월 스트리트 공연, MTV와 미스 유니버스 선발대회 초청 공연 등 이들은 예상을 벗어난 장소에서 화려한 의상과 강렬한 전자음향 비트로 관객을 사로잡았다. 이들은 파격적 의상으로 현대음악을 연주하는 '크로노스 현악사중주단'의 대중화 버전이라고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막심'도 구 유고의 자그레브에 위치한 2,000석 규모의 리신스키 홀에서의 데뷔 연주회 때 레이저 쇼, 드라이 아이스와 비디오 아트가 함께하는 무대로 화제를 뿌렸다. 물론 그도 9살 때 피아노를 배우기 시작해 국제 콩쿠르에서 여러 번 입상한 정통 클래식 연주자이다. 당시 공연 2부에서는 얌전하게 높은 난이도의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을 연주하기도 했고 새 앨범 '더 피아노 플레이어'에서는 전자악기 반주와 함께 한 그리그 '피아노 협주곡' 헨델의 '사라방드' 등을 선보였다.

이들이 모두 한 사람의 머리에서 나온 작품이라는 것이 더욱 놀랍다. 바네사 메이와 섹시한 옷차림의 남녀 8인조 실내악단 '더 플래니츠', '본드', '막심' 은 모두 프로듀서 멜 부시가 만들어냈다. 물론 기존 평론가들의 거부감은 심했다. '본드'의 데뷔앨범인 '본'(Born)은 영국 클래식 차트 상위에 올랐다가 클래식이 아니라는 이유로 삭제되기도 했다.

그러나 관객의 절반이 30대이하였다는 '막심'의 연주회에서 보듯 관객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하지만 부드러운 음악을 선호하는 한국 관객에게 강렬한 비트의 일렉트로닉 클래식이 어필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다만 지난해 '본드'의 첫 내한 공연이 매진을 기록한 데서 우리도 세계적 흐름에서 예외가 될 수 없다는 상식을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홍석우기자 museho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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