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이 환경청(EPA)이 작성한 기후 변화 보고서를 '입맛대로' 수정한 사실이 밝혀졌다.뉴욕 타임스는 19일 EPA가 다음주 발표 예정인 이 보고서에서 지구 온난화의 심각성 기후 변화가 환경과 인간에 미치는 영향 온난화의 주범은 인간이라는 지적 등 조지 W 부시 행정부의 개발 우선주의 정책에 불리한 정보들이 백악관의 압력으로 삭제됐다고 보도했다.
부시 행정부는 그동안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도록 한 교토의정서를 탈퇴하는 등 산업계에 유리한 방향으로 환경 정책을 틀어왔는데 이처럼 개발 우선 정책을 정당화하기 위해 과학적 보고서까지 왜곡한 사실이 확인된 것은 처음이다.
이 같은 사실은 한 환경단체가 EPA의 고위 관리가 작성한 내부 문건을 입수해 공개하면서 알려졌다.
문건에 따르면 백악관은 기후 변화를 다룬 단원의 첫 문장부터 바꾸도록 지시했다. 이에 따라 "기후 변화는 지구 전체의 인간 건강과 환경에 영향을 끼친다"는 문장이 "기후 변화는 심각한 영향을 끼칠지도 모르지만, 지구 시스템의 복잡성 등 여러 가지 불분명한 요소들이 많다"는 요지로 바뀌었다.
백악관은 또 최근 10년 동안 지구 기온 상승치가 지난 1,000년의 상승치보다 컸다는 한 연구 보고서 내용을 삭제하고, 미 석유협회가 제기한 반론을 실었다. 인간이 지구 온난화의 주범이라고 결론지은 2001년 국가연구평의회(NRC)의 연구 결과도 삭제됐다.
결국 보고서의 핵심인 지구 온난화 관련 단원이 통째로 빠지고 단락 몇 개로 대체됐다. EPA가 고심 끝에 "조작된 내용을 발표해 학계 등의 비난을 사느니 차라리 침묵하겠다"고 결정했기 때문이다. 야당인 민주당과 환경단체들은 "정치 논리가 과학적 정보까지 조작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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