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8일 대구 수성구 범어동 대구 MBC 앞에서 피켓 시위가 열렸다. 정문 앞에 모인 이들의 요구 사항은 '텔레 콘서트 자유를 존속시키라'는 것. 손에 든 피켓에는 '자랑스런 텔레 생존 지역민이 함께 합니다' '최소한의 공연문화 MBC가 지켜 달라' 등의 문구가 적혀 있었다. 이들은 텔레콘서트 자유 동호회(cafe.daum.net/mbctele) 회원들. 봄 개편에 맞춰 대구 MBC가 제작상의 어려움을 이유로 '텔레콘서트 자유'(매주 월 저녁 7시20분 방송)를 폐지키로 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삼삼오오 모여 들었다. 피켓 시위 이후에도 시내 동성로, 야구장 등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곳마다 찾아가 '텔레콘서트 자유' 알리기 모임을 열고, 온라인 폐지 반대 서명 운동을 벌이는 등 동호회원들의 커다란 관심과 애정에 감복한 대구 MBC는 결국 프로그램 유지를 결정했다.
텔레콘서트는 시원한 우물
매주 가수를 초대해 여는 라이브 음악 방송인 '텔레콘서트 자유'는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방송이다. 텔레콘서트를 위해서라면 언제든 발 벗고 나서는 든든한 후원자 '텔레동호회'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 5월 첫 방송 이후 개편 때마다 어김 없이 폐지 1순위 후보에 올랐던 이 프로그램이 여태까지 존속하는 것은 동호회의 공을 빼고는 생각하기 어렵다. 2001년 6월에 만들어진 텔레 동호회의 회원은 벌써 2,000여 명에 이른다.
이들이 텔레콘서트를 사랑하는 이유는 무엇보다 라이브 공연에 대한 갈증 때문이다. "대구를 문화 불모지라고 하지 않습니까? 대구 사람들의 보수적 성격 탓인지 공연 문화가 형성돼 있지 않아요. 가수들이 전국 투어 공연을 할 때도 인구가 훨씬 적은 울산 마산 창원 등은 들르면서도 대구에는 안 옵니다. 때문에 매주 인기 가수들의 노래를 라이브로 들을 수 있는 텔레콘서트는 라이브 갈증을 풀어주는 우물과 같은 존재입니다. 그래서 소중하죠." 운영자 지병찬(29)씨의 말이다.
텔레 콘서트는 독특
17일 가수 나원주와 자우림의 프로젝트 그룹 쵸코크림롤스가 출연한 151회 녹화에 이르기까지 텔레콘서트를 다녀 간 가수는 셀 수 없이 많다. 진행자도 없이 2시간 가량 진행되는 라이브라는 특성상 립싱크 가수는 아예 설 수가 없다. '윤도현의 러브레터' 등 다른 음악 공개 방송과 달리 한 가수의 노래를 5곡 이상 들을 수 있다는 것도 매력이다. 지난 두 달 간의 출연자만 해도 록의 대부 전인권을 비롯해 이적, 이상은, 마야, 이소은, 불독맨션 등 모두 한 노래 한다는 가수들이다.
윤도현밴드, 크라잉넛, 부활, 자우림 등 대표적 라이브 그룹도 빠지지 않았다. 지방 공연 나들이가 쉽지 않은 가수들에게도 "대구 텔레콘서트는 꼭 한번 가야 한다"는 인식이 널리 퍼져 있다.
"텔레콘서트는 다른 공개방송이랑 달라요. 쓸 데 없는 잡담을 늘어놓는 진행자도 없고 무대와 객석 사이의 거리도 클럽 공연처럼 가까워서 인기 가수들의 생생한 라이브 공연을 접할 수 있거든요. 가수들 숨소리도 다 들려요. 서울에도 없는 정말 음악 방송다운 음악 방송이 대구에 있다는 건 정말 자랑거리죠. 그래서 이 방송은 영원히 계속돼야 해요." 회원 장명희(32)씨의 말에는 자부심까지 묻어난다.
동호회원 모두가 제작진
녹화 콘서트가 열리는 곳은 150여 평 남짓한 방송국 내의 작은 스튜디오. 방청 가능한 인원은 600명 내외. 전인권, 이적 등의 공연은 1분도 되지 않아 인터넷 방청권 배포가 마감될 정도로 마니아층이 두텁다. 하지만 시청률은 5% 전후. 이 때문에 동호회원들은 다음 개편 때 또 폐지 얘기가 나올까 벌써 걱정이다. "사실 시청률이 올라야 돼요. 젊은층만 보는 방송이 아닌 전 연령대가 함께 할 수 있는 방송이면 시청률도 오르고 폐지 이야기도 안 나올 거니까요. 나훈아도 태진아도 나오는…."(회원 이지영씨) "사실 제작비가 문제죠. 가수들 출연료도 만만찮거든요. 지금 7개 지방 방송에 판매해서 제작비를 충당하고 있다는데 잘 만들어서 서울에까지 역수출할 정도가 되면 절대 폐지되지 않겠죠. "(회원 최은향씨)
덕분에 제작진도 힘이 난다. "동호회가 있어서 든든하죠. 없앤다는 말에 피켓 시위까지 하는 프로그램은 아마 대구MBC 텔레콘서트 말고는 없을 걸요? 열성 동호회 덕에 비록 지역 방송이지만 제대로 된 음악 방송 한 번 만들어보자는 의욕이 불끈 불끈 솟아 오릅니다." 서른 여섯 노총각 최동운 PD의 말이다.
/대구=글·사진 최지향기자 mist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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