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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삭발 은행원이 독립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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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삭발 은행원이 독립군인가"

입력
2003.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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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흥은행 노동조합이 '105년 민족은행'을 사수하겠다며 극한 파업투쟁을 계속하고 있다. 전국 각 지점에서 올라 온 노조원들이 삭발 머리에 붉은 띠를 동여 맨 채 속속 파업대열에 가세하면서 은행 업무는 이틀째 마비상태다. "조만간 전산망 가동을 중단시키겠다"는 노조의 엄포 속에 '금융대란'의 위기마저 고조되는 상황이다.하지만 "독자생존"과 "매각철회"를 부르짖는 조흥 노조원들의 격앙된 목소리는 메아리를 얻기는커녕 고객들의 분노에 묻혀버리고 있다. 화물연대 파업에 이어 또 다시 노조의 집단 위력시위에 맞닥뜨린 국민 대다수를 오히려 반대 편으로 집결시키고 있는 형국이다. 연일 인터넷 게시판을 빼곡히 메우고 있는 고객들의 목소리가 이런 분위기를 잘 대변한다. "에어컨 시원하게 켜놓고 주5일 근무에 고액연봉 받는 귀족 노조원들이 머리만 깎으면 독립군이냐""내 밥그릇 챙기겠다고 국민을 괴롭히는 게 무슨 애국운동이나 되는 줄 착각하지 말라"…. 민족은행의 명맥을 지키려는 노조의 의도와는 달리'안티 조흥'분위기만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하루 아침에 회사의 주인이 바뀌게 된 직원들이 신분상의 불안 때문에 동요하는 것은 이해할 수 있다. '헐값매각'시비 속에 팔려가는 은행을 보며 마음의 상처도 클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고객을 볼모로 한 현재의 투쟁방식으로는 더 이상 국민의 지지를 얻을 수 없다는 점을 노조는 심사숙고하길 바란다. 노조의 대표는 19일 공개 기자회견장에서도 "매각이 이뤄지면 (인수자인) 신한지주를 죽이는 데 앞장 서겠다"는 막말을 했다.

고객들은 이런 투쟁 일변도의 행태에 신물을 내며 돈을 찾아 조흥은행을 떠나고 있다. 예금인출 사태는 이번 파업에 대한 시장의 냉혹한 심판이다.

변형섭 경제부 기자 hispeed@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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