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업 이틀째를 맞은 조흥은행은 '뱅크 런(예금 이탈)'현상이 가속화하고 문을 못 여는 점포 수가 전날보다 크게 늘어나면서 피해가 확산되고 있다.총파업 첫 날인 18일 하루에만 은행계정에서 8,694억원이 인출된 데 이어 19일에도 8,000억∼1조원 정도 빠져나간 것으로 추정됐다. 여기에 기업이나 공공기관이 일시 자금을 예치하는 종금계정까지 감안할 경우 이번주 들어서만 5조원 넘는 예금이 줄어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이 2조원의 단기 유동성을 긴급 수혈, 일단 급한 불을 껐지만 예금이 계속 이탈할 경우 은행의 건전성이 급격히 악화할 것으로 우려된다.
예금인출 러시
조흥은행 고객들은 19일에도 파업 장기화를 우려, 당장 쓰지 않을 돈까지 미리 확보하려고 나서면서 예금 무더기 인출사태가 이어졌다.
조흥은행은 이에 따라 부족한 자금을 메우기 위해 전날 8,000억원 정도를 하루짜리 콜 차입을 통해 조달한 데 이어 이날은 한국은행으로부터 2조원을 지원 받고 다른 은행으로부터도 콜자금으로 2조원 정도를 추가로 끌어왔다.
그러나 조흥은행의 전체 원화 예수금 규모가 50조5,000억원대임을 감안할 때 이 같은 뱅크런이 장기간 지속될 경우 감당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인출되는 자금만큼 예금이 들어오면 문제가 없지만 빠져나가는 돈만 있고 들어오는 돈은 거의 없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조흥은행은 파업전 금융채 발행으로 1조원을 마련하는 등 자금을 비축했으나 이미 바닥난 상태여서 추가로 채권 등 유가증권을 내다 팔아야 할 형편이다.
장기화시 치명상 우려
한은은 일단 긴급 자금 2조원을 지원했지만 이는 만기가 하루짜리여서 간신히 숨을 이어가는 효과가 있을 뿐 근본적인 해결책은 되지 못한다. 한은은 조흥은행의 예금 인출사태가 장기화해 자금부족이 심화할 경우 타은행의 콜자금 지원을 적극 유도하고 유동성조절 대출 등을 통해 최악의 예금지불 불능사태는 막을 방침이다.
그러나 정부나 한은 지원으로 조흥은행이 당장의 위기는 모면하더라도 파업이 장기화할 경우 우량 자산이 대거 빠져나가 순식간에 빈 껍데기로 전락할 수도 있다. 조흥은행을 인수하는 신한지주는 이 때문에 애가 타고 있다.
정부 관계자는 "문 닫은 은행에 돈을 맡기려는 고객은 없을 것"이라면서 "파업이 장기화하면 은행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고 신인도가 추락해 부실이 급증하는 만큼 회복하기 어려울 정도의 치명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남대희기자 dhna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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