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직 경찰관이 납치 사건에 가담한 책임을 물어 서장, 형사과장, 형사계장, 마약반장 등 4명이 동시에 직위 해제된 19일 서울 강남경찰서. 경찰대 1기생출신으로 동문회장까지 역임하면서 경찰 수사권 독립을 주창하고 법조비리 브로커사건을 들추어내는 등 숱한 화제를 몰고 다녔던 황운하(40) 강남서 형사과장은 부임 2개월 만에 자리를 떠나는 게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1995년 경정으로 승진, 곧 총경 승진을 앞두고 있었던 터라 황 과장의 불운은 여러 뒷말을 낳았다.경찰 지휘부가 이날 "'강력범죄소탕 100일 계획'을 수행하고 있는 차에 경찰이 범죄를 저지른 만큼 국가 기강 확립차원에서 지휘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었다"고 징계 이유를 밝혔지만 황 과장의 징계 배경은 석연치 않다.
납치 피의자인 한모(36) 전 강남서 경사가 사표를 낸 시점인 4월21일은 황 과장이 강남서에 부임한 날. "한 경사가 개인적인 일로 옷을 벗겠다고 해서 몇 차례 설득을 했으나 역부족이었다"면서 "뒤늦게 한경사가 죄를 저질렀음을 알게 됐지만 이미 사표를 낸 전직 경찰관 신분이어서 어떤 징계조치도 할 수 없었던 상황"이라는 황 과장의 해명이 오히려 더 납득 할 만했다. 동료 경찰관들은 황 과장이 경찰 지휘부나 언론과 자주 마찰을 일으켜 온 것을 주된 징계 이유로 꼽았다. 경찰 고위 간부도 "그간 자주 물의를 빚어 온 점등도 감안됐다"라고 말해 '트러블 메이커'에 대한 시범징계 가능성을 굳이 숨기지 않았다. 한 부하직원은 "사건을 서둘러 봉합하려는 지휘부에게 희생양이 됐다"며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경찰대 모 교수도 황 과장을 위로하며 "일선 서장 하나의 직위해제로 마무리될 수 있는 문제를 너무 과민 반응했다"고 아쉬워했다.
황 과장은 "18년 동안의 경찰 생활 중 약 9년을 힘든 수사업무에 매달렸다"면서 "강력 사건이 많은 강남서에서 그간 쌓아온 능력을 발휘해보고 싶었는 데…"라며 표표히 짐을 쌌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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