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국내에 처음으로 신병이 송환돼 온 미국인에 대해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서울지법 서부지원 형사1부(김남태 부장판사)는 19일 동료 미국인 유학생을 살해, 상해치사 혐의로 기소된 미국인 켄지 노리스 엘리자베스 스나이더(22·사진)씨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지난 해 미국에서 미 연방수사국(FBI) 이승규 한국지부장, 미군범죄수사대(CID) 수사관 마크 F 맨스필드, FBI 거짓말탐지기 요원 디비티스씨가 공동 수사한 뒤 작성한 수사보고서는 검사가 작성한 피의자 신문조서만을 증거로 인정하는 형사소송법 제312조 2항에 따라 증거능력이 없고 스나이더씨가 조서 내용을 부인하는데다 나머지 증거만으로는 혐의 입증이 어려워 무죄를 선고한다"고 밝혔다.
대구 K대 교환학생으로 한국에 왔던 스나이더씨는 2001년 3월18일 서울 용산구 이태원동 모여관에서 동료였던 미국인 교환학생 J(여·당시 22세)씨를 때려 숨지게 했다. 스나이더씨는 당시 뚜렷한 혐의가 드러나지 않아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사건 발생 10여일 후 미국으로 출국했으나 지난해 2월 미국 수사관에 범죄를 자백했다.
지난해 12월 한미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미국인 범죄자로는 처음 한국에 송환된 후 국내 교정시설에 수용됐던 스나이더씨는 올 1월 상해치상 혐의로 기소됐다.
그러나 국내 인도직전 미국에서 진행된 범죄인인도조약재판에서부터 혐의를 부인했으며 국내 검찰조사 과정에서도 미국 수사관의 강압수사를 주장하며 혐의를 부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스나이더씨는 19일 풀려났으나 검찰이 항소여부를 결정할 때까지 1주일 정도 국내에 더 머물러야 한다.
이번 판결은 국내 형사소송법에 따라 국내 검사와 동일한 지위의 미국 검사가 제출한 수사결과 이외의 다른 물증은 국내 법정에서 증거로 인정될 수 없다는 의미로 향후 한미 범죄인인도조약에 따라 미국인 범죄자의 신병이 인도되더라도 검찰이 자체적으로 혐의를 입증하지 못하거나 미국 검찰의 수사결과가 없는 한 처벌이 불가능하게 됐다.
/이왕구기자 fab4@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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