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흥은행 매각으로 야기된 노·정 갈등이 정면충돌로 치달으면서 모처럼 상승세를 이어가고 있는 증시도 새삼 노동계의 '하투(夏鬪)' 향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증시는 일단 7월까지 잇따라 예정된 노동계 투쟁이 생산에 직접 영향을 주는 단위노조 차원이라기 보다 상급단체 중심의 '거대이슈'를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현대차나 금융노련 파업을 제외하곤 주가에 직접적 영향은 미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그러나 상당수 증시 전문가들은 금융-지하철-금속노련 등으로 이어질 노동계의 '하투'가 겉잡을 수 없이 증폭될 경우 모처럼 활발히 유입되고 있는 외국인 매수세가 조기에 수그러들며 투자심리가 다시 한 번 위축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증시는 우선 조흥은행 노조파업이 최근 가까스로 상승세를 나타내고 있는 은행주의 추세상승 여부를 좌우할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파업이 조기에 수습되고 신한은행과의 합병이 원만하게 이루어질 경우, 은행권의 업황 호전과 하반기 추가 구조조정에 대한 기대감이 새로운 호재로 작용하며 매수를 자극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리먼브러더스는 18일 국내 은행업종에 대한 투자의견을 기존 '중립'에서 '긍정적'으로 상향 조정하고, 금융구조조정 지속 기대감과 카드채 문제의 진정 등에 따라 국민·하나·한미은행 등에 대해 '비중확대' 의견을 냈다.
반면 대신증권 김영익 투자전략실장은 "조흥 매각은 금융구조조정의 대외적인 정책신인도를 좌우할 중대 사안"이라며 "파업이 장기화하고 또다시 정책혼선이 야기될 경우 최근 이어지고 있는 외국인 순매수가 조기에 위축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지난 4월부터 아예 일정을 정해놓고 들어가고 있는 현대차 파업 역시 직접적인 주가 영향은 과거에 비해 적을 전망이다.
삼성증권 김학주 연구원은 "예년과 달리 사측이 '한 번 따져보자'는 입장인 만큼 6월말부터 시동될 현대·기아차 쟁의는 결국 파업으로 이어질 것"이라면서도 "파업에 대비해 연초부터 충분한 재고를 쌓아놓은 만큼 조달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동원증권은 이날 "올해 자동차 수출 증가폭이 내수판매 감소분을 훨씬 상회할 것"이라며 자동차 업종에 대해 '비중확대' 투자의견을 내는 등 예고된 파업에 개의치 않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실제로 최근 9일간 파업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지속적 상승세를 기록했던 금호타이어(금호산업)의 경우 업황 호전에 대한 기대감이 파업 악재를 누른 대표적 사례로 꼽히고 있다.
LG투자증권 박윤수 상무는 "장세가 강하고 업황이 좋을 경우 노사쟁의가 주가에 미치는 영향은 축소된다"면서도 "다만 현 정부의 노사정책에 대한 해외투자자들의 우려가 큰 만큼 '하투'의 양상은 구체적 종목보다는 외국인 투자심리 전반에 적지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장인철기자 icjang@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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