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류시장의 메카로 불리는 동대문시장 인근의 서울 창신동은 즐비하게 늘어선 다세대 지하실마다 미싱 돌아가는 소리가 끊임없이 이어지는 곳이다. 3일 창립된 '참여성노동복지터'(이하 참터)는 이 지역 봉재의류 영세사업장에서 일하는 여성들의 삶으로 파고들 채비를 갖추는 중이다.참터는 근로조건 개선을 요구하며 1970년 분신한 전태일 열사의 동생 전순옥(사진)씨가 대표를 맡고 임금자 신순애 김한영씨 등 청계피복노조의 여성활동가 출신들이 참가해 만든 단체. 참터가 터를 잡은 곳도 바로 전태일기념사업회 건물이다. 전 대표는 "봉제의류사업장 여성노동자들의 실태 파악, 이들의 가정과 직장 생활 양립을 위한 조건 마련,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연구 및 상담 등 활동을 펼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 첫 단계로 참터는 2∼5월 창신동 일대 500여 사업장을 일일이 방문, 실태를 조사했다. 결론은 한마디로 "10대 어린 소녀들이 다락방 골방에서 하루 16시간씩 미싱을 돌리던 30년 전 청계천 의류봉제공장의 비참한 현실에서 나아진 게 없다"는 것. 전 대표는 "지하실 작업장에서 30∼40대 주부들이 하루 16시간씩 일하고 있다"고 실태를 증언했다.
대부분이 부부가 운영하는 가내영세사업장으로 공장주가 곧 재단사, 미싱사, 시다 등의 역할을 모두 해내고 있는 실정. 사업자등록조차 되지 않은 곳도 상당수일 정도로 영세하다. 여성근로자의 68%가 30∼40대로 대개 근속연수 15년 이상인 숙련공이다.
응답자의 69%는 하루 14∼16시간을 일하거나 정해진 노동시간이 없다고 답했다. 이들이 가장 절실하게 도움이 필요한 문제라고 생각하는 부분은 자녀교육 문제. 참터 사무처 박정운씨는 "창신동 골목에선 장시간 일하는 부모들 때문에 방치된 아이들을 쉽게 볼 수 있다"고 전한다.
참터는 우선 창신동 일대 영세사업장의 여성 노동자들이 자녀 문제 등을 비롯해 고민을 상담할 수 있는 상담소와 일하는 동안 자녀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이나 공부방 등을 마련하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또 부족한 일손을 메우고 있는 이주노동자 교육을 위한 기술 교육과 모범 작업장 설립도 계획하고 있다.
박씨는 "영세사업장에 대한 기초 실태조사 자료도 없는 형편"이라며 "현재는 창신동 봉제의류 영세사업장에 뿌리를 두고 있으나 장기적으로는 전체 여성노동자들의 복지를 고민하는 참터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02)744-4010
/문향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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