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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아이스하키팀 보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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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추어 아이스하키팀 보기스

입력
2003.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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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는 '제철'이 따로 없다. 때와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땀방울을 떨구며 팀워크와 승부의 묘미를 만끽하는 도전 정신과 건강한 육신에서 스포츠의 자유로운 세계가 열린다.광운대 지하 아이스링크. 초여름으로 둘러싸인 링크 안은 한발짝만 들여놓아도 꽁꽁 얼어붙는 별천지다. 날씨가 덥다고 반팔 차림으로 갔다가는 10분도 못 견디고 벌벌 떨기 십상이다. 후텁지근한 날씨에 추적추적 내린 비로 기분까지 뒤숭숭하던 지난 15일 일요일 밤 8시. 여기에 저마다 몸통보다 큰 가방을 어깨에 짊어진 사람들이 속속 도착했다. 아마추어 아이스하키팀인 '보기스(Bogies·도깨비들)' 회원들이다. 23명으로 구성된 이들의 활동은 팀 명칭 그대로 밤마다 출현하는 도깨비를 연상케한다. 각자 생업을 가지고 있지만 토요일(밤10∼12시)과 일요일(저녁8∼10시) 해가 지면 만사를 제쳐두고 이 곳을 찾는다. 그들의 은밀한 야행에는 언제나 즐거운 동반자들이 있다. 부인과 자녀, 애인 등 20여명의 후원자들이 골대 위쪽에 있는 '따뜻한' 방에서 이들의 훈련과정을 지켜보고 있다. 지름 7.62㎝, 두께 2.54㎝의 퍽이 여기저기서 '휙휙' 날아다니고 펜스와 부딪힐 때마다 가슴을 철렁이게 하는 파열음이 요란하게 링크를 휘감는다.

스틱에 살고, 스틱에 웃는다

"덥다고 남들은 다 에어컨 앞에 모여드는데 이렇게 빙판 위에서 몸싸움하는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아세요." 보기스 팀의 마스코트인 홍일점 이은주(30·삼성화재 신채널영업팀)씨. 대학로 길거리농구팀 출신에 재즈댄스에도 일가견이 있는 이씨는 웬만한 남자보다 더한 스포츠 마니아다. 인라인스케이트 동호회 소속으로 부지런히 활동하던 지난해 7월. 우연히 야성미가 철철 넘치는 아이스하키 경기를 직접 관전한 뒤로 며칠밤을 유혹에 시달렸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안하고는 못 배기는 성격이예요. 안 그래도 인생에서 하고 싶은 것 하고 살기 힘든 데 취미만큼은 자기 마음대로 하고 살아야 억울하지 않죠."

경희대 선수 출신인 보기스팀 김동규(37무역업) 감독에게 이메일로 가입의사를 밝힌 뒤 무작정 보기스 팀에 뛰어들었다. 그러나 '무대포 정신'으로 해결되지 않는 부분도 많았다. 특히 아이스하키의 다양하고 정교한 테크닉을 익히기는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동료선수들에게 자신 때문에 졌다는 소리를 듣기싫어 이씨는 화요일 밤마다 특별훈련을 받기도 했다. 166㎝의 적지않은 키에 헬맷 가슴보호대 무장팬츠 무릎보호대 등 20㎏에 달하는 장비를 두른 채 스틱을 쥐고 스케이트의 날 위에 서 있는 이씨의 모습에서 영락없는 여전사의 당당함이 느껴진다.

"헬맷을 쓰면 빙판 위에서 누구나 평등하죠. 마음껏 달리고 소리지르면 일터에서 쌓인 어떤 스트레스도 다 풀 수 있어요." 이씨는 "빙판에서 질주하다 갑자기 정지할 때 뿌려지는 얼음가루에서 무지개를 처음 봤을 때 가슴이 멎는 줄 알았다"고 했다. 이씨는 또 "골리(골키퍼)를 포함해서 한 조의 6명이 똘똘 뭉쳐야만 이길 수 있는 팀워크의 매력도 배우고 있다"고 환하게 웃었다.

링크 밖에서는 훈훈한 인생 선후배

보기스 회원들의 면면은 다양하다. 체육과 교수는 물론 공무원과 연구원, 약사, 경호업체 직원 등등. 고려대 선수 출신인 홍원섭 코치(29회사원)는 "주중에도 회원들끼리 '번개미팅'을 갖고 맥주 한잔씩 마시며 친목을 도모한다"며 "사회 여러 분야에 퍼져있다보니 어려운 일이 생겨도 서로 도움을 줄 수 있어 든든한 버팀목이 된다"고 전했다. 회장을 맡고 있는 이성연(39·벤처투자회사 대표)씨는 "아이들도 함께 참여하면서 가정에도 충실해졌다"며 "올 여름에는 1주일 동안 가족 모두 캐나다 아이스하키 캠프에 다녀올 예정"이라고 소개했다.

스케이팅 연습과 드리블링, 슈팅과 세트플레이 등 2시간여 훈련을 마친 회원들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시간은 벌써 밤 10시. 집으로 돌아가면 자정에 가까워진다. 남들은 다음날 출근을 위해 편안히 집안에 머물 일요일 밤이지만 이들은 적극적인 취미찾기로 활력있게 새로 시작되는 한 주를 준비한다. "뼈가 으스러질 듯 충돌하는 보디체크가 최고죠. 팔꿈치로 상대방 치기도 재미있구요. 몸싸움 때 제가 탁 쳐서 상대방이 넘어지면 기분이 정말 날아갈 것처럼 짜릿하죠. 한번 해보세요." 이은주씨는 취재를 마치고 돌아서는 기자에게 링크를 손짓하면서 이렇게 '강권'했다.

/박석원기자 spark@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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