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테스코라는 회사이름을 들었을 때 최근까지도 그것이 할인점 체인이라는 것을 몰랐다. 많은 사람들이 아직도 이 회사가 그저 삼성과 관련된 하이테크 벤처기업 쯤으로 생각한다. 이 회사의 이승한 사장으로부터 사업내용을 듣고서야 전국 주요도시의 소비자 사이에 바람을 일으키는 유통회사라는 사실을 알았다. 4년 전에 삼성과 영국의 유통회사 테스코가 투자하여 만든 할인점으로, 전국적으로 25개의 점포를 운영하고 있으며, 작년 2조5,000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IMF외환위기 이후 우리나라 유통업계는 이렇게 대형 할인체인점 위주로 혁명적 변화가 진행중이다.■ 할인체인점 하면 생각나는 것이 우선 월마트이다. 월마트는 미국 전역에서 구멍가게 격인 제너럴스토어를 무너뜨리면서 포춘 500대 기업의 상위 1,2위를 다투는 글로벌 유통회사가 되었다. 월마트가 한국에 진출하면 토종가게가 모두 망하게 될 것이라고 하여 긴장한 적이 있다. 그러나 월마트가 한국에 상륙했지만 아직 썩 성공적이지 못하다. 이마트가 히트를 쳤고, 삼성테스코가 독특한 전략으로 소비자를 끌고 있다. 최근 서울 외곽도시의 할인점을 보면서 쇼핑문화의 큰 지각변동을 실감했다.
■ 그것은 단순한 창고형 매장이 아니었다. 외관은 시계탑을 상징으로 지역에 맞는 독특한 건축 디자인을 했고, 매장은 쇼핑객이 문화공간의 분위기를 느끼도록 만들었다. 쇼핑을 하면서 공연도 보고, 식사도 즐기고, 아이들의 놀이터까지 있다. 농산물 코너는 또 다른 전문시장을 방불케 한다. 이런 체인점의 출현으로 과연 우리나라의 구멍가게와 재래시장이 설 땅이 있을까 하는 우려가 생겼다. 그런 한편, 사회경제구조가 변할 수밖에 없다면 상상력과 창의력이 넘치는 경영자가 도시의 모습과 문화를 21세기에 맞게 바꾸어 나가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 이승한 사장은 글로컬(Glocal)시대가 도래됐다고 본다. 생각은 세계적인 차원에서 하고, 행동은 지역에 맞게 하는 것이 기업성공의 열쇠라고 본다. 그는 한국 유통기업의 미래를 문화와 친환경에서 찾고 있다. 특히 그가 주장하는 유통에서의 친환경 경영은 눈길을 끈다. 아주 기본적인 것은 쓰레기 줄이기이다. 할인점에서 야채 쓰레기는 골칫거리지만 농촌에서는 거름의 재료가 된다. 이 점에 착안하여 매장에 바로 진열되게끔 농민들이 최종상품을 가공토록 한다. 농민은 소득을 올리고 쓰레기발생은 줄어든다. 최근 많은 유기농가들이 유통문제를 호소한다. 이 사장 같은 경영자가 친환경 농가의 고민을 해결할 아이디어를 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봤다.
/김수종 논설위원 sjkim@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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