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품을 노린 납치사건에 주도적으로 가담했다 구속된 전 서울 강남경찰서 한모(36) 경사는 납치공범 조모(45)씨를 납치사건의 조사관과 피의자 신분으로 처음 만나 알게 된 뒤 납치 행각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19일 경찰에 따르면 한 경사는 강남서 마약반 형사였던 2월19일 조씨가 고향후배 2명과 함께 승합차로 증권브로커 이모(32)씨를 납치한 사건을 맡아 직접 조사했다. 경찰 조사 결과 조씨는 증권브로커 이씨가 제공한 정보를 믿고 주식투자를 했다 1억8,000만원을 손해 봤으며, 이를 만회하기 위해 이씨를 납치한 뒤 이씨의 친구 김모(32)씨에게 전화를 걸어 "2억원을 가져와라"고 협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김씨는 당시 3,000여만원을 입금시켰는데도 조씨가 이씨를 풀어주지 않자 2월26일 경찰에 납치 사실을 신고했다.
당시 조씨는 납치 및 폭력 등의 혐의로 영장이 신청됐으나 조씨와 이씨가 함께 술을 마시는 등 납치라고 보기 어려운 정황에다 둘 사이에 합의가 이뤄져 기각됐다.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한 경사가 조씨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부인이 강남에서 고깃집을 운영하다 1억원이 넘는 많은 빚을 지게 됐다'고 하소연을 했으며 조씨가 '납치를 하면 큰돈을 벌 수 있다'고 제안, 한 경사가 납치 사건에 끼어들게 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청은 이날 이 사건의 지휘감독 책임을 물어 남형수 강남경찰서장과 형사과장, 형사계장, 마약반장 등 4명을 직위 해제했다.
/정원수기자 nobleliar@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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