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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외국인력제도 시장에 맡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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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론]외국인력제도 시장에 맡겨야

입력
2003.06.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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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과 오랫동안 떨어져 있는 외국인근로자에게 가족상봉을 주선하는 모 방송의 프로그램이 인기이다. 그만큼 외국인근로자들은 이제 우리 생활에 밀접한 존재가 되었다.그러나, 산업현장에 외국인근로자가 투입된 지 10년이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이들에 대한 제도가 제대로 정비되지 않아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노동계와 인권단체 등은 현재의 산업연수생 제도가 불법체류, 인권 유린, 송출비리 등 문제를 야기하는 원인이라고 말하면서 고용허가제를 도입하여 내국인과 완전히 똑같은 대우를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반면 산업계 일각에서는 지금의 연수생 제도가 경제현실에 더 맞다며 팽팽히 맞서고 있어 접점을 찾기 어렵다.

병을 고치려면 정확한 진단이 필수이다. 그런데 우리의 외국인근로자 문제는 원인, 진단, 처방이 모두 잘못되어 있다. 현재의 문제는 특정한 제도 때문에 생긴 것이 아니다. 근본적으로 늘어나는 인력수요에 비해 합법적 공급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발생하고 있다.

공급이 제한되어 있다 보니 한국취업의 좁은 문을 통과하기 위해 외국인근로자들은 송출기관에 웃돈을 주게 된다. 아니면 처음부터 불법체류를 작정하고 관광비자 등으로 입국하여 주저앉는다. 그리고 일부 사업장에서는 이들의 불법체류를 악용하는 인권침해가 일어나고 있다.

외국인근로자 문제에 대해 우리는 이율배반적인 태도를 가지고 있다. 외국인도 우리와 동등하게 대하자고 하면서 정작 도입인원은 제한하자고 한다. 이렇게 해서는 결코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 공급부족이 해소되지 않는 한 불법체류와 이에 따른 인권침해 문제 등을 피할 수 없다.

올바른 처방은 외국인력 제도를 경제원리에 따라 운영하는 것이다. 무엇보다 공급규모를 확대해야 한다. 현재 우리나라의 외국인력 도입규모는 13만명으로 전체 노동력의 0.6%에 불과하여 미국, 독일 등의 8∼10%는 물론 대만의 3% 수준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다.

우선은 노동인구의 2% 수준인 40만명까지 확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렇게 함으로써 현재 불법체류자 중 상당수가 구제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합법적 공급이 늘어남에 따라 송출비리나 인권침해도 줄어들 것이다.

외국인력도입 체제는 현행 연수취업제와 고용허가제를 같이 운영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양자는 상호보완적일 수 있기 때문이다. 1990년대 초반에는 주로 제조업에서 인력난이 심각하였기 때문에 연수생 제도가 적합하였으나 이후 인력난이 서비스업으로 확대되면서 연수생 제도만으로는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 되었다. 따라서 각 사업체의 판단에 따라 기술습득을 위한 기간이 필요한 분야는 연수취업제로, 그렇지 않은 분야에서는 고용허가제로 운영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임금 및 근로조건의 결정은 사업체와 근로자 당사자들에게 맡겨야 부작용이 없다. 농업연수생 제도처럼 말도 안 통하는 외국인 근로자들에게 내국인과 동일한 임금 및 숙식까지 제공하도록 강제함으로써 이용이 거의 없고 현장의 인력난은 여전히 남아있는 어리석음을 반복해서는 안된다. 시장기능에 따라 움직이도록 하면 생산성 및 근무여건 등에 따라 당사자들이 알아서 결정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외국인력 중개기능을 관 주도에서 민간으로 이양하는 것이 필요하다. 공공기관에서 중개업무를 독점하는 것은 기업과 근로자에게 온갖 불편과 낭비를 끼칠 뿐 아니라, 독점에 따른 비리의 온상이 된다. 이젠 외국인력도 당당한 서비스로서 시장에서 중개되어야 한다. 시장 중개기능이 활발할수록 거래가 투명해지고 인력이 적재적소에 공급된다.

외국인 근로자와 우리 경제는 서로를 필요로 하고 있다. 편견과 규제를 버리고 경제원리에 따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움직이는 제도를 만드는 지혜가 요청된다.

남 성 일 서강대 교수·경제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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