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간 계속됐던 라이베리아 정부와 반군 사이의 내전이 양측간 휴전합의로 일단 중단됐다.찰스 테일러(55) 대통령의 하야를 주장하며 전 국토의 대부분을 장악했던 반군과 정부 대표는 17일 서아프리카경제공동체(ECOWAS)의 중재 아래 '30일내 과도정부를 구성하되 테일러 대통령을 정부 구성에서 배제한다'는 내용의 휴전안에 합의했다. 휴전안은 또 ECOWAS 및 테일러 정부, 반군단체 2곳, 유엔, 아프리카연합(AU) 등의 대표 15인으로 구성된 공동감시단을 파견하고, 인권단체들이 라이베리아 전 지역에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휴전안은 라이베리아 15개군(郡) 중 12개를 점령한 반군지도자들과 대니얼 치아 국방장관 사이에 체결됐다.
반군단체 중 주축을 이루는 '화해와 민주주의를 위한 라이베리아 연합(LURD)'의 카비네 자네 대표는 "불만 해결을 위해 더 이상 무기에 기대지 않을 것"이라고 밝혀 아프리카 최악의 분쟁이 종식될 수 있다는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휴전안이 곧 평화로 이어지기에는 큰 불씨가 남아 있다. 이달초 국제전범재판소로부터 전범으로 기소된 테일러 대통령은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며 "기소가 철회되지 않으면 평화는 없다"는 입장을 완강하게 고수하고 있다. 테일러 정부에 우호적이었던 인접국 기니 코트디부아르 가나 등도 미국과 유엔의 압력 등으로 테일러의 망명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운 처지여서 그로서는 자신의 하야와 신변보장을 연계시킬 수밖에 없는 처지이다.
1997년 새뮤얼 도 전 대통령을 몰아내고 대통령에 오른 테일러는 89∼96년 내전 당시 학살과 반인륜범죄를 자행한 혐의를 받고 있다. 국제사회에 그의 악명이 불거진 것은 '피의 다이아몬드(blood diamond)'로 알려진 인접국 시에라리온의 내전을 조종한 배후인물로 알려지면서이다. 광산 이권을 챙기기 위해 시에라리온 반군이었던 혁명연합전선(RUF)을 지원하면서 수만명의 목숨을 빼앗았다.
테일러가 대통령에 오른 뒤 라이베리아는 잠시 평화를 되찾았다. 그러나 아프리카에서 가장 오래된 공화국이자 19세기 미국에서 해방된 노예들에 의해 세워진 라이베리아를 철권통치하며 경제를 파탄으로 몰고가자 반군이 봉기하며 다시 내전의 길로 들어섰다. 지금까지의 내전으로 130여만 명이 난민으로 전락했다.
라이베리아 원주민 출신의 아버지와 해방된 미국 노예 후손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난 테일러는 도 전 정권에서 횡령혐의로 미국으로 도주, 투옥된 뒤 쇠창살을 뜯고 탈옥한 전력도 갖고 있다. 그는 반군들이 세력을 급속히 확장하는 데 반해 주변국으로부터의 지원은 끊기는 고립무원의 처지에 빠지자 결국 휴전안을 받아들였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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