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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스크린쿼터" 이전에 할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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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의 눈]"스크린쿼터" 이전에 할 일

입력
2003.06.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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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과는 반응이 달라진 것 같네요."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에 참여한 한 영화인은 최근 스크린쿼터 지지 여론이 다소 썰렁해진 것 같다고 말했다.1999년 한미 투자협정(BIT) 실무 협상에서 스크린쿼터를 60∼80일로 축소하는 방안이 물밑으로 오간 것이 알려지면서 임권택 임순례 감독 등 영화인 11명이 삭발했을 때만 해도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스크린쿼터 사수를 지지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뚜렷했다.

그러나 4년이 흐른 지금 스크린쿼터 축소 반대 운동을 보는 시각에는 조금씩 회의가 싹트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수년간 문제가 된 대종상 영화제는 올해도 후보 선정 과정에 문제가 제기돼 또 다시 실망을 안겨주었다. 영화 수확을 평가하고 상찬을 나누는 일에 이토록 잡음이 많다면 다른 부분은 어떻겠느냐는 것이 일반적인 생각이다. 스크린쿼터 유지를 지지하는 이들은 외국 직배사의 배급 횡포를 들며 앞으로 할리우드의 압력이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하지만 국내 대형 배급사의 배급 압력 역시 위험 수위를 넘었다. 배급사인 CJ엔터테인먼트는 '질투는 나의 힘'을 개봉하면서 할리우드 외화를 풀기 위해 한국 영화 간판을 내려 관객들이 영화 살리기 운동에 나서야 했다. 한국 영화의 본가 시네마서비스도 굵직한 할리우드 영화로 국내 영화를 위협했다. 한 손으로 스크린쿼터 사수 피켓을 치켜 들면서 다른 손으로는 할리우드 영화를 '딜'하는 게 우리 투자 배급사의 실상이다.

98년 윌리엄 베이커 당시 미 영화협회(MPAA) 회장은 "스크린쿼터를 완화할 경우 5억 달러를 투자할 용의가 있다"고 말했고 후임인 잭 발렌티 회장도 이듬해 "스크린쿼터는 연 50일 정도가 적당하다"고 했다. 이들의 말에 흔들려 소중한 문화 주권을 넘길 수는 없지만 '사탕 발림'에 혹한 사람들을 깨우치기 위해서라도 우리 영화계의 자성이 필요하다.

박은주 문화부 차장대우jup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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