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송금 사건이 새로운 국면으로 비화하고 있다. 박지원 전 청와대 비서실장이 현대측으로부터 뇌물성격의 돈 150억원을 받았다는 특검 수사결과가 나오면서 대북송금을 둘러싼 파생사건이 새로 등장한 것이다. 박 전 실장에 대한 구속영장은 현대상선에 대한 산업은행의 불법 대출 압력을 행사한 직권남용 혐의에 더해 뇌물수수 혐의를 함께 적용함으로써 진실규명 작업의 범위는 한층 넓어졌다.영장에는 박 전 실장이 남북정상회담 준비비용 명목으로 150억원을 먼저 요구한 것으로 명시돼 있다고 한다. 박 전 실장은 이를 완강히 부인하고 있다고 하나 이 돈의 성격과 용처 역시 반드시 밝혀 내야 한다. 말 그대로 정상회담 준비 비용이라면 그 준비의 내용이 무엇인지 밝히는 것부터 중요하다. 회담 협상에 나서면서 북한 인사들에게 건네기 위한 인사치레 돈이 필요했다는 얘기일 수도 있다. 송금이 정상회담의 대가라는 의혹을 가려야 하는 마당에 그 이전에 이미 남북인사 간 부도덕하고 추악한 사적 뒷거래가 있었다는 것인지 파헤쳐야 한다.
그것이 아니라고 해도 돈이 박 전 실장 개인에게 전달됐다는 사실 자체가 놀랍다. 여기에는 경협도, 정상회담도 아닌 정권실세와 기업 간의 권력형 유착이라는 또 하나의 비리가 자리잡고 있다. 박 전 실장의 혐의가 뇌물수수인 만큼 그 대가로 현대에 대한 대출을 종용한 것이 되는데, 이 돈이 어떻게 유통됐는지를 밝히는 것도 중요하다. 특히 김대중 전 대통령이 이런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도 비상한 관심사이다.
정치권은 이 작업을 특검이 계속할지, 별도의 검찰 조사로 진행할지를 다시 결정해야 하겠다. 특검은 25일 1차 수사 기한 만료를 앞두고 있다. 특검이 요청하면 기한을 연장해줘야 할 이유가 더 뚜렷해 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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