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들을 현혹해 값비싼 건강용품을 판매하는 일이 여전하다. '만병통치'처럼 과대포장된 선전에 넘어가 몇 달치 용돈을 쏟아붓거나 빚을 지는 노인들도 있다. '의료기'라는 이름으로 판매되는 각종 건강용품들은 얼마나 효과가 있을까.무엇이 문제인가
휠체어, 지팡이 같은 보조기는 실제로 노인의 활동에 도움이 된다. 반면 가까이 두기만 해도 몸에 좋다는 식의 건강용품은 과대선전이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한다. 예컨대 찜질효과를 내는 온열 매트에 자석, 숯, 게르마늄, 황토 등을 포함시키면 만병통치 용품으로 둔갑한다. 자석의 자기장이나 숯 등 재료가 혈액순환을 좋게 하고 독성을 빨아내며 면역기능을 올린다는 것. 옥이 몸에 좋다는 이유로 옥 매트, 옥 베개, 옥 속옷뿐만 아니라 옥 도자기까지 수십만원대에 팔린다. 자석용품도 깔창, 혁대, 팔찌 등으로 다양하게 판매되며 '자석요법'으로 불리고 있다. 많은 경우 원적외선을 방출하거나 기를 발산해 불치병, 성인병을 자연치유하는 효과가 있다고까지 선전한다.
문제는 이 때문에 적절한 치료를 외면하는 노인들.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조비룡 교수는 "당뇨, 고혈압 등 만성질환을 앓는 노인들이 치료제를 끊고 건강용품에 의존하다가 증세가 심하게 악화해 병원을 찾는 경우가 있다"고 말한다.
검증된 적이 없다
자석이 관절염, 손저림증, 섬유증식증, 우울증, 각종 염증과 통증에 효과가 있는가 연구한 실험이 미국 등에서 다양하게 수행됐다. 그러나 딱히 효과가 밝혀진 것은 없다. 예컨대 뉴욕 족부학의대가 깔창에 자석을 넣은 환자 19명과 넣지 않은 환자 15명을 4주간 비교한 결과 양쪽 모두 60%가 효과적이라고 대답했다. 다만 베일러의대의 소아마비 환자에 대한 실험에서 자석이 무릎 통증을 완화한다는 결과를 얻었는데 유일하게 자석의 효과를 밝힌 실험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소비자연맹은 9개 옥 제품에 대한 시험결과 옥 제품 착용 전후 체온의 변화가 없고, 어떤 매트는 옥 때문에 오히려 열이 전도되지 않는 문제가 있다고 밝혔다. 옥 성분보다 다른 고분자물질이 더 많았고, 옥 섬유 베개, 양말, 속옷 등의 옥 함유량은 2.24∼0.27%에 불과했다.
원적외선이 생체에 좋다는 선전도 많으나 세포 수준의 실험만 있을 뿐이다. 병원에서 쓰이는 적외선 치료기는 대부분 근적외선을 방출한다.
어떻게 활용하나
그러나 마사지, 찜질 기능이 있는 온열 매트는 '만병통치'로 여기지 않고 200만원 안팎의 가격을 감당할 여유가 있다면 도움이 된다. 몸을 덥혀 혈액순환을 돕고, 조직을 부드럽게 해 통증 없이 움직이게 하며, 전신의 안정감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서울대병원 재활의학과 한태륜 교수는 "너무 뜨거운 온도에서 오래 찜찔하는 것은 피부 손상을 줄 수 있으므로 43∼44도, 한번에 20∼30분, 하루 2∼3번 정도 사용하는 것이 적당하다"고 조언했다. 마사지 기능도 강도와 빈도를 적당히 조절할 필요가 있다. 센 강도에선 짧은 시간, 오랜 시간 마사지할 땐 약한 강도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또 시중에 판매되는 전기, 적외선을 이용한 온열기는 피부 속 10㎜정도까지 열을 전달하므로 근육까지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알아두는 것이 좋다. 초음파, 초단파, 단파를 이용한 온열 치료기는 근육 깊숙이 열을 전달하나 병원에서만 사용해야 한다.
서울대병원 신경정신과 안용민 교수는 "건강에 대한 노인의 지나친 염려는 경제적 손실, 일상생활의 장애를 가져올 수 있다"며 "불필요한 진료나 약물복용 대신 종합검진이나 병원 진료를 찾을 것"을 권했다.
/김희원기자 h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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