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비밀송금 의혹사건을 수사중인 송두환(宋斗煥) 특별검사팀은 17일 산업은행의 현대상선 등에 대한 불법대출을 지시한 혐의(직권남용)로 박지원(朴智元) 전 청와대 비서실장을 긴급체포했다. 특검팀이 김대중(金大中) 전 대통령의 최측근 인사인 박 전 실장에 대한 사법처리 수순에 착수함에 따라 특검 수사에 대한 정치권 등의 논란이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관련기사 A3면특검팀은 긴급체포서를 통해"박 전 실장이 범행을 주도한 사실이 인정되고 남북정상회담과 관련해 거액의 돈을 받은 혐의가 있다"고 밝혔다. 특검팀 수사결과 박 전 실장은 2000년 5월 중순 정몽헌(鄭夢憲) 현대아산 이사회 회장과 단 둘이 만나 북한에 수억달러를 송금키로 약속한 것으로 밝혀졌다. 정 회장은 이 자리에서 "계열사의 재정 악화로 자금 자체 마련이 어려우니 현대에 대한 금융지원이 이뤄지도록 정부차원에서 도와달라"고 부탁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 후 박 전 실장은 6월까지 두 차례 당시 임동원(林東源) 국정원장, 김보현(金保鉉) 국정원 5국장이 참석한 청와대 회의에서 이기호(李起浩) 경제수석에게 "현대 계열사에 대한 여신 지원이 반드시 이뤄지도록 해 달라"며 대출압력을 행사했다. 이 전 수석은 이에 따라 이근영(李瑾榮) 당시 산업은행 총재에게 현대상선에 4,000억원, 현대건설에 1,500억원의 여신을 지원해 줄 것을 지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검팀은 이날 직권남용 등의 혐의로 이 전 수석을 구속 기소하는 한편 18일 중 박 전 실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이다.
한편 인터넷신문 오마이뉴스는 이날 사건 핵심 관계자의 발언을 인용, "2000년 2월초 현대측 제안을 받은 당시 박지원 문화관광부 장관이 남북정상회담 가능성을 김대중 대통령에게 보고했다"며 "정상회담과 대북송금은 김 전 대통령의 고도의 정치적 판단에 따라 이뤄졌다"고 보도했다.
/이준택기자 nagne@hk.co.kr
신재연기자 poet333@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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