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수준별 학습이 우열반으로 파행운영"/ "수학사랑" 교사들 "7차교육과정 개정" 심포 "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수준별 학습이 우열반으로 파행운영"/ "수학사랑" 교사들 "7차교육과정 개정" 심포 "

입력
2003.06.18 00:00
0 0

"수준별 학습은 사실상 우열반으로 파행운영되고 있습니다." "지난 교과서를 다시 들춰봐야 하니 너무도 번거롭습니다."지난 14일 숭실대에서 열린 '수학과 교육과정의 바람직한 개정절차에 관한 심포지엄'에는 7차 교육과정에 대해 교사들이 느끼는 현실적인 문제점들이 줄줄이 제시됐다. 수학교사들의 연구모임인 사단법인 '수학사랑'이 개최한 이날 심포지움에서는 최수일(용산고), 김홍주(광신고) 등 현장교사들이 중심이 된 교육정책연구팀과 박경미(홍익대), 박혜숙(서원대), 박제남(인하대) 등 수학과 교수들이 발제·토론자로 나서 수학교육 개선방향에 대한 제언을 쏟아냈다.

수준별 교육과정은 7차교육과정의 대표적인 특징으로 꼽힌다. 이전에는 학생들이 어느 학년이나 영역의 내용을 이해하지 못하더라도 무조건 진급해 다음 학년의 수업을 받아야 했지만 수준별 과정은 부진아의 경우 미진한 부분에 대한 재이수를 받도록 하고 있다. 즉 같은 학년이라도 수준에 따라 다른 교과서로 학습하도록 한 것이다. 이는 학생별 수준차이가 두드러지는 수학 과목의 경우 특히 중요하다.

그러나 교사들은 실제 운영결과 "개설해야 할 과정이 너무 많고 재이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힘들다"고 말한다. 4-가 단계부터 재이수를 시작할 경우 10-나 단계를 배우는 시점(고교 1학년)이 되면 한 학년에 학생의 수준에 따라 최대 8개의 재이수과정을 개설해야 하는데 인력 등 여건상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대부분 자의적 기준으로 편성한 '특별보충반'을 운영하는데, 사실상 반강제식의 우열반 수업으로 파행운영된다. 교사들은 "상(上)반은 수업분위기도 좋고 교사도 의욕적으로 수업을 할 수 있지만, 하(下)반은 학습의욕을 상실한 상태라 수업 진행도 어렵고, 수준에 맞는 교과서도 없다"고 말한다. 게다가 이전에 여러 수준의 학생들이 섞여 있을 때는 공부를 잘 하는 학생이 다른 학생을 가르쳐 주기도 했지만, 수준별 반편성에서는 이 역시 불가능하다.

단계형 학습과정도 문제가 많았다. 7차 교육과정은 그 이전 단계에서 배우는 내용의 중복 기술을 피하고 있다. 예를 들어 최대공약수를 처음 배우는 단계인 5-가의 교육과정은 '최대공약수의 의미를 파악한다'는 학습목표를 잡고, 다음단계에서는 앞서 배운 최대공약수의 정의와 개념이 몽땅 생략된 채 바로 소인수분해를 이용해 답을 구하도록 하고 있다. 교사들은 "배운 것을 다시 복습하고 새로운 내용을 배우는 것은 학습의 기본인데, 2년전 교과서를 다시 들춰봐야 하는 것은 번거롭고 비현실적"이라고 비판한다.

이날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박혜숙 서원대 교수는 "정책결정에 교육학자나 실제 현장에서의 적용가능성을 파악할 수 있는 교사가 폭넓게 참여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박제남 인하대 교수는 "수학과 교육과정의 기본 철학은 공공성에 있으므로 성적과 관계없이 모든 학생이 한 교실 안에서 즐겁게 수학을 배울 수 있어야 한다"며 비현실적인 수준별학습의 수정을 주장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