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은 17일 민주당 정대철 대표와의 회동에서 여전히 신당에 대한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음으로써 적어도 외형적으로는 신당 논의를 민주당에 맡긴다는 당정분리 기조를 유지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이런 저런 비공개석상에서 한 발언이 흘러나오면서 신당에 대해 노 대통령이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도 점차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일부 언론에 따르면 노 대통령은 14일 부산지역 인사들과의 만찬 모임에서 "내가 속한 정당이 단 10석을 얻는데 그치더라도 전국정당을 지향하겠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발언이 사실이라면 노 대통령은 민주당 신주류 가운데서도 가장 강경한 세력이 주장하는 개혁신당쪽에 기울어 있다고 볼 수 있다.
청와대 관계자들은 "이 발언이 다소 과장됐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노 대통령이 지역주의 극복과 전국정당화에 강한 애착을 표하면서 "배가 산으로 가겠느냐, 결국 바다로 갈테니 기다려달라"는 정도의 얘기는 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발언으로 미루어보면 노 대통령이 현재까지는 신당 문제에 신중한 입장을 보이고 있으나 최종적으로는 신당으로 가기를 희망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노 대통령이 말하는 '바다'는 개혁신당을 의미한다는 데에도 이견을 다는 사람이 별로 없다. 청와대 내에서는 "대통령이 때가 되면 말을 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이는 노 대통령이 시기를 보고 있다는 뜻이다.
또 청와대 관계자들의 말을 종합하면 민주당에 대한 노 대통령의 불신은 생각보다 뿌리가 깊은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대선 때 후보단일화 논의과정에서 쌓였던 앙금이 전혀 풀리지 않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이런 점에서도 노 대통령은 민주당 해체와 신당 창당 입장을 심정적으로 지지하고 있다는 추론이 가능해진다. 다만 노 대통령이 신당 창당 과정에서의 물갈이, 즉 인적 청산에 대해 어떤 구상을 갖고 있는지는 현재로선 불명확하다. 노 대통령 주변에서 생겨나고 있는 정치적 수요 등을 고려할 때 인적 청산의 범위가 커질 수밖에 없게 한다. 그러나 이상 기류를 보이고 있는 호남 민심의 향배, 수도권 접전 지역에서의 판세 및 영남지역에서의 의석 확보 전망 등에 따라서는 대대적 물갈이가 여의치 않을 수도 있다.
/고태성기자 tsg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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