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진행중인 자국 문화 보호 노력을 지지합니다."배우 뱅상 페레즈, 영화 감독 제라르 크라브지크, 콜랑 셰로, 프랑스의 지한파 영화인 피에르 르시앙 파테사 자문위원 등 프랑스의 유명 영화인들이 17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김동호 부산영화제 집행위원장, 이광모 감독 등 한국 영화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한국의 스크린 쿼터(국산영화 의무상영일수)를 지지하는 긴급 기자회견을 가졌다.
13일 개막한 프랑스영화제와 영화진흥위원회와의 '한불 공동제작 컨퍼런스' 참석차 방한한 이들은 한미투자협정(BIT)과 관련해 제기되고 있는 스크린쿼터 축소논의에 대해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회견에서 "한국인들이 자국 영화를 통해 문화적 다양성과 독창성을 지켜가려는 열정에 연대의 박수를 보낸다"며 "한국인의 예술적 재능을 지켜주는 스크린쿼터야말로 세계에 한국의 문화를 알리고 한국의 문화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라고 강조했다.
피에르 르시앙은 "한국영화가 시장에서 선전하니 이제 스크린쿼터를 축소해도 된다는 일부 한국 관료의 대미종속적인 태도에 놀랐다"면서 "스크린쿼터가 없어지면 한국 영화는 형편 없이 추락할 수도 있다. 역사는 돌이킬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인도네시아가 1988년 개방 이후 국내 영화 비중이 60%에서 6%로 급감하고 그나마 독립영화나 작가영화는 전무해진 예를 들었다.
이날 참석자 가운데 특히 뱅상 페레즈는 프랑스를 대표하는 배우로 주목을 모았다. 뱅상 페레즈는 제라르 드파르디유와 함께 찍은 '시라노'(1990)로 세계적인 배우가 됐고, '인도차이나'(1992) '여왕 마고'(1994) 등을 통해 국내에도 소개됐다. 자신이 주연한 칸 영화제 개막작 '팡팡 라 튤립'(감독 제라르 크라브지크)에서 희대의 바람둥이 역을 맡았다.
'팡팡 라 튤립'은 18세기 프랑스가 무대로, 혈기방장한 팡팡이 정략 결혼을 피하기 위해 군에 들어갔다가 공주를 위기에서 구한다는 내용으로 "갇혀 있는 것을 싫어하고 꿈을 이루려는 팡팡의 자유로운 정신 때문에 원작 리메이크에 선뜻 뛰어들었다"라고 설명했다.
/이종도기자 ecr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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