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500년 가까이 내려온 '영국 국교회(the Church of England·성공회·聖公會)' 수장 직함을 포기할 것 같다고 일간 가디언이 15일 보도했다.지난해 왕실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아 페이비언 협회가 설립한 '군주제의 미래에 관한 위원회'는 최근 "영국 사회의 종교적, 민족적 다양성을 제대로 반영하기 위해서는 국교회(國敎會)의 수장이라는 국왕의 공식 직함을 없애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내렸으며 2주 후 이를 공개키로 했다고 이 신문은 전했다.
국가원수(Head of State)와 영국 국교회 수장(Supreme Governor of the Church of England)을 겸임해 온 왕에게서 국교회 수장 호칭을 없애는 것은, 1534년 헨리 8세가 국교회를 설립하고 국왕을 이 교회의 장으로 하는 수장령(首長令)을 선포한 이후 가장 급진적인 조치로 평가된다.
형이 요절한 뒤 그 미망인인 왕비 캐서린과의 사이에 아들이 없자 궁녀 앤 불린과 결혼하려던 헨리 8세는 당시 로마 교회가 이혼을 불허하자 가톨릭 교회로부터 독립하기 위해 수장령을 발표하는 등 종교개혁을 단행했다.
국교회 고위 성직자들은 이 안에 공감을 표시하며 시대변화를 수용해야 한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다. 최고위 성직자인 캔터베리 대주교는 왕실과 교회의 관계에 "현대적인 특성"을 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인정했다.
왕위 계승 서열 1위인 찰스 왕세자는 최근 대관식 선서 문구를 '신앙의 보호자(Defender of the Faith)'에서 '신앙들의 보호자(Defender of Faiths)로 바꿔 기독교 보호자에서 모든 신앙의 보호자라는 의미로 확대 해석할 수 있도록 했다.
이런 변화는 이론적으로 볼 때 '가톨릭 교도는 국왕이 될 수 없다'는 오랜 금기를 깨는 것으로 왕위가 기독교 이외의 다른 종교 신자는 물론 무신론자에게도 개방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황유석기자 aquariu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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