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라리 옛날처럼 손으로 쓰겠습니다."교육정보를 수기(手記)로 기록·관리하는 학교가 늘어나고 있다.
교육인적자원부가 지난 1일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의 재시행 여부가 확정되는 연말까지 수기를 중심으로 하되 각 학교 사정에 따라 NEIS 학교종합정보관리시스템(CS) 개별컴퓨터(SA)도 사용 가능하다'는 지침을 내린 뒤 대부분 학교가 이미 시행하고 있는 NEIS를 채택할 것으로 예상됐으나 실제로는 교내 분란 등을 우려, 수기를 선택하고 있는 것이다.
포털사이트 '다음'에 개설된 정보교사들의 모임 '전국교육정보담당자협의회' 카페는 최근 '수기를 선택한 학교'라는 별도 게시판을 개설, 16일까지 등록된 학교가 16개에 달하고 있다. 또 전교조 충북지부의 집계에 따르면 이 지역에서 NEIS를 선택한 학교는 5개에 불과한데 비해 수기는 무려 33곳에 달하고 있다. 경북의 한 정보교사는 "CS가 문제가 많은 데다 CS복귀에 대해 지원하지 않겠다는 교육부 방침도 나와있어 전교조 교사가 많은 학교는 대개 수기를 택하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서울 C고는 최근 교장, 교감과 정보담당교사 등이 협의를 거쳐 수기 채택을 결정했다. C고 관계자는 "NEIS로 가자면 전교조 소속 교사들의 반대가 예상되고, 별도의 연수도 필요하기 때문에 수기를 택했다" 고 설명했다. 강원 S여고는 최근 투표를 통해 32(수기)대 30(NEIS)으로 수기 방식을 채택했고 경기 S중의 경우 교사 48명 중 정보담당교사 1명만 제외한 모든 교사들이 찬성, 수기로 결정했다.
서울 S고는 교육부 지침이 내려오기 전에 이미 수기 방식을 결정했다. 이 학교는 CS방식의 출력물에 학적, 성적 등을 수기로 기재할 예정이다. S고 교무부장은 "CS를 쓸 때처럼 주단위나 월단위 출석통계 등을 받아볼 수 없어 다소 불편하지만 현상황에서는 최선"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정보담당교사들은 "비행기가 날아다니는 시대에 걸어서 가는 꼴"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학교측이 최근 수기 방식으로 결정했다는 경기 K고의 정보담당교사는 "딱 10년 전으로 후퇴한 셈인데 성적처리 등에서 엄청난 에러가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전교조 관계자는 "수기는 'NEIS 재검토'라는 인권위 결정에 비교적 부합하는 방식으로, CS나 SA로 복귀가 불가능한 학교에서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 일 것"이라고 말했다.
/양은경기자 key@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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