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의 '공무원 개혁주체 세력' 발언과 관련해 각 부처의 실태를 긴급 점검한 결과, 청와대의 지시에 따라 구성된 각 부처의 업무혁신팀은 대부분 이미 활동중에 있지만 자발적 조직으로서의 비공식 개혁주체나 스터디 그룹은 아직은 생겨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또 업무혁신팀은 대부분 청와대 국정과제 태스크포스팀인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위, 국가균형발전위, 동북경제중심위 등과 업무적으로 긴밀한 연계를 가지면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때문에 각 부처의 업무혁신팀이 청와대 태스크포스팀의 지시나 협조요청 사항을 부처에서 해결하는 직할기구의 성격도 갖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함께 노 대통령이 기대하고 있는 밑으로부터의 자발적인 개혁주체의 형성은 비공식 조직에 대한 공무원 사회의 반감 때문에 향후 활동 여부가 상당히 불투명한 상황이다.
각 부처의 실태 대체로 기획관리실장을 팀장으로 하고 실·국장 등을 팀원으로 하는 업무혁신팀이 4월에서 5월초에 걸쳐 각 부처에 꾸려졌다. 대개 업무혁신팀이라는 명칭으로 불려지고 있으나 노동부의 경우 노동행정혁신위원회라는 이름의 업무혁신팀이 차관과 기확관리실장을 각각 위원장과 실무기획단장을 해서 구성됐다. 업무혁신팀에는 조직·시스템 개혁, 인사 시스템 개혁, 지방분권 추진, 국가균형발전 추진, 동북아 경제중신 추진 등을 다루는 여러 개의 전담반이 설치돼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노동부 관계자는 16일 "청와대 정부혁신 및 지방분권위원회에 호응하는 부처내의 기구로 혁신팀이 만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환경부에서는 "청와대 국정과제 태스크포스팀으로부터 수시로 연락이 와 과제가 내려온다"면서 "청와대 직할의 추진과제를 발굴, 검토하고 시행하는 하부조직으로 구성된 것 같다"고 말한다. 다만 대통령직 인수위원장 출신이 장관으로 있는 재정경제부의 경우 실·국장급이 아닌 5급 공무원 10여명을 선발, 중간 간부회의 형태를 띠는 '주니어 보드'의 구성을 추진중이다. 관료적 타성에 빠지지 않은 젊은 공무원의 아이디어를 모으겠다는 것.
공직사회 반응 각 부처에서는 비공식 개혁주체 세력, 또는 노 대통령과 정신적 가치를 공유하는 스터디 그룹의 출현에 대해 부정적이거나 그 개념을 이해 못해 고개를 갸우뚱하는 경우가 많았다. 산자부에서는 "공무원 조직은 원래 정권이 바뀌면 정권에 대해 충성하는 조직인데 정권의 코드를 얘기하며 개혁을 얘기하는 것은 잘못된 접근"이라는 반응이 나왔다. 또 "비공식 조직을 만들라는 것은 결국 DJ때 호남 향우회나 YS때 부산·경남 인맥의 득세와 똑 같은 것"이라며 "이 같은 방식은 항상 실패한다"는 얘기도 나왔다.
가장 적극적인 것으로 알려진 재경부의 한 관계자도 "부처 내에 개혁 마인드를 심기 위한 '별동대'를 만들려는 의도는 없으며 '개혁추진조직' 논의에는 대다수 직원이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즉 별도팀을 구성할 경우 공조직의 규율이 무너지고 상급자들이 개혁주체조직의 눈치를 보느라 소신 있는 정책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 많았다. 인사에서 서열파괴를 단행했던 법무부에서도 "스터디그룹 참여 여부에 따라 개혁파, 비개혁파로 구분되면 어떻게 하나"라면서 "다시 한번 조직이 분열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다.
/정치·경제·사회부 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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