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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아들 잃은 안병호씨 4,000여장 모아 80명에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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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혈병 아들 잃은 안병호씨 4,000여장 모아 80명에 제공

입력
2003.06.1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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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처지의 환자를 돕는 게 저 세상의 아들을 위로해 주는 길이겠지요."백혈병으로 아들을 잃은 50대 자영업자가 수 천 장의 헌혈증을 모아 백혈병 환자들에게 전달해 감동을 주고 있다. 경기 부천에서 플라스틱 재생업을 하고 있는 안병호(55)씨는 지난해 8월부터 최근까지 헌혈증서 4,000여장을 모아 헌혈이 필요한 환자 80여명에게 40∼50여장씩 제공했다. 안씨는 또 지난해 10월 헌혈증서 수집, 제공 및 헌혈 동참을 홍보하는 인터넷 사이트 '언제나 푸른 하늘(cafe.daum.net/abh 2362)'을 개설, 운영하고 있다.

안씨가 헌혈운동에 나서게 된 것은 지난해 8월 백혈병을 앓던 외아들 성일(당시21세)씨를 잃고 나서부터. 고2때 백혈병 판정을 받으면서 의사로부터 "먼저 헌혈증부터 모으라"는 말을 들었으나 1주일 동안 여기저기 수소문했음에도 몇 장 구하지 못했다. 헌혈증이 얼마나 귀중한 것인지 그때 깨달았다. 대학에 진학한 아들은 1년 8개월 동안 치료를 받고도 합병증으로 끝내 숨졌다.

아들을 위해 모았던 헌혈증 1,000여장 중 쓰고 남은 600여장을 다른 환자들에게 나누어 준 것이 헌혈 운동의 시작이었다.

안씨는 그 동안 경인전철 송내역에서 대한적십자사 산하 한마음혈액원과 수십 차례 헌혈운동을 벌였다. 백혈병 환자 돕기 일일 찻집을 열어 아홉 살 난 어린 환자 2명을 돕기도 했다.

또 지난해 12월에는 일주일동안 육군 17사단에 머물며 수백명의 장병들로부터 헌혈을 받아 김모(34)씨의 골수이식 수술에 성공했다. 안씨에게는 지난 1년간 가장 큰 보람이었다.

처음에 "이젠 아들을 잊으라"며 말렸던 부인과 세 딸도 지금은 질병 치료와 치료경험담을 담은 우편물을 환자들에게 보내주며 적극 도와준다. "전철역에 하루 수만 명씩 다니는데도 26명한테 헌혈 받은 게 최고 기록"이라는 이씨는 "내가 한번 한 헌혈이 다른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길임을 깨달았으면 좋겠다"고 헌혈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부천=송원영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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