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공서는 눈 뜬 장님?'수도권 일대 관공서들이 잇따라 털리고 있다. 15일 고양시청에 도둑이 들어 사무실 12곳이 무더기로 털린 것을 비롯, 최근 한 달여 동안 경기도청, 고양시청, 인천시청, 인천 계양구청, 안양시 동안구청 등에서 모두 6건의 절도사건이 발생했다.
경찰은 일단 금품을 노린 전문털이범들의 소행으로 보고 있지만 석연치 않은 점이 많아 범행 의도 파악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실제 지금까지 발생한 절도사건 피해 금액은 모두 300여만원에 불과하며 그나마 주요 서류에는 손도 대지 않았다. 피해품이 전혀 없는 경우도 있었다.
이 때문에 경찰은 관공서에 대한 원한이나 사회불안 분위기 조성을 노린 범행일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 경우 범인은 여러 명이 아닌 동일범 일 수도 있다는 분석이다.
경찰은 관공서들의 허술한 방범체계와 공무원들의 근무기강 해이에 화살을 돌리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대다수 관공서가 경비절감을 이유로 폐쇄회로TV(CCTV)같은 간단한 자체방범망만, 그것도 일부 사무실에서만 가동할 뿐이어서 방범에 극히 취약하다"고 말했다. 또 당직 근무자들이 있지만 정해진 시간에만 순찰을 도는 등 보안교육에도 문제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민의 안전과 재산을 지키기 위한 관공서가 무방비로 당하면서 주민들의 불안도 가중되고 있다. 인천의 한 시민단체는 지난 주 인천시청 앞에서 공직 근무기강을 바로 세워 절도사건이 재발하지 않도록 촉구하는 집회를 열었다. 고양시의 한 주민은 "한두 번도 아니고 연일 관공서에 도둑이 든다는 것은 공직사회의 근무 기강이 땅에 떨어졌다는 것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고 말했다.
/한창만기자 cmhan@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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