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시대에 한반도 유적조사와 발굴에 참여한 일본의 저명 고고학자 아리미쓰 교이치(有光敎一·96·사진)가 유적을 발굴한 지 70년 만에 관련 보고서를 잇달아 출간, 화제가 되고 있다. 현재 교토(京都)의 고려미술관 연구소장인 아리미쓰는 2000년 '조선고적연구회유고(朝鮮古蹟硏究會遺稿)' 1편을 낸 데 이어 지난해 2편을 완성, 최근 국내 출판사인 '깊은샘'을 통해 한글로 출간했다.아리미쓰는 1931년 교토대학의 전신인 교토 제국대를 졸업, 같은 해 조선총독부 고적조사 사무 촉탁으로 조선고적연구회 경주연구소에 채용된 후 황남리 82호분과 83호분, 충효리 석실고분군과 황오리 54호분 등 조선총독부의 발굴작업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그는 조선총독부 박물관 주임으로 일하던 중 45년 일제 패망으로 일본으로 돌아가려다가 당시 초대 박물관장인 김재원 박사의 요청에 따라 서울에 잔류, 발굴조사 업무를 돕기도 했다.
유네스코 동아시아 문화연구센터의 지원을 받아 나온 보고서 1편에는 1932·33년에 발굴한 경주황오리 16호분과 답서리 215호분, 2편에는 1933년과 1939년에 각각 발굴한 공주 송산리 29호분과 고령 주산 제39호분에 관한 내용이 담겨 있다. 발굴 당시의 기억을 더듬어 가며 주변에 흩어져 있던 자료를 수집, 관련 유적과 유물의 연구현황을 한눈에 볼 수 있게 구성했다. 그가 보고서를 내려고 생각한 것은 90년 자신이 발굴한 송산리 29호분의 조사자가 엉뚱한 사람으로 잘못 알려져 있고, 안내판조차 없는 것을 보게 된 것이 계기였다.
이영훈 중앙박물관 학예연구실장은 "일제가 중앙박물관에 남기고 간 발굴 유물이 3만 8,000점에 이르는 상황에서 정리 작업에도 큰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최진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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