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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27>마르크 블로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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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827>마르크 블로크

입력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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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6월16일 아날 학파의 창건자 가운데 한 사람인 프랑스 역사가 마르크 블로크가 게슈타포(나치 비밀경찰)에게 총살당했다. 58세였다. 블로크는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터지자 53세의 나이에 육군대위로 참전했고, 프랑스의 패전 뒤 리옹에서 레지스탕스 운동에 가담했다가 게슈타포에 체포되었다. 그의 죽음은 야만의 시대에 역사가가 죽어야 할 자리가 어디인지를 뜨거운 상징으로 가리켰다.마르크 블로크는 리옹에서 고대사학자 귀스타브 블로크의 아들로 태어났다. 파리고등사범학교를 거쳐 소르본 대학에서 '왕과 농노'라는 논문으로 학위를 받은 그는 1929년 뤼시앵 페브르와 '사회경제사연보'라는 역사학 저널을 창간하면서 아날(프랑스어로 '연보'라는 뜻) 학파의 주춧돌을 놓았다. 아날 학파는 정치보다는 사회, 개인보다는 집단, 연대(年代)보다는 구조를 역사 인식의 기본틀로 삼으며 전통적 역사학에 지리학·사회학·경제학·심리학·문화연구·인류학 등을 중첩시키는 거대하고 섬세한 인식 체계를 구축했다. 아날 학파는 프랑스 전통주의의 아성인 소르본으로부터는 다소 백안시되었으나, 블로크와 페브르에 이어 제2세대의 브로델, 제3세대의 뒤비·르루아라뒤리· 르고프, 제4세대의 샤르티에 등을 거치며 20세기의 가장 영향력 있는 역사학파 가운데 하나로 자리잡았다.

블로크의 마지막 저서는 한국 독자들에게도 잘 알려진 미완의 책 '역사를 위한 변명'이다. 한 소년이 역사가인 아버지에게 던졌다는 "아빠, 도대체 역사는 무엇에 쓰는 것인지 제게 설명 좀 해주세요"라는 말로 시작하는 이 책에서 그 소년의 아버지 블로크는 역사학을 '시간 속의 인간들에 관한 학문'으로 정의한다. 책은 지당하되 밋밋한 결론으로 끝난다. "역사에서 원인은 가정되는 것이 아니라 탐구되는 것이다."

고종석 /논설위원 aromachi@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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