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이 최근 음주운전을 단속하는 방식을 변경했다. 모든 차량을 막고 무차별적으로 실시하던 일제단속을 지양하고 음주운전 징후가 있는 차량에 한해 선별적으로 단속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방식에 대해 긍정적 여론이 우세한 것 같다. 그렇지만 필자는 고질적인 음주운전의 풍토가 사라지지 않고 있는 현 시점에서 이번 변경이 오히려 그간의 음주단속 노력을 원점으로 돌리는 것은 아닌지 심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우리 나라의 자동차 사고원인을 조사해보면 운전자 요인(Human factor)이 80%를 차지하고 있고 특히 음주운전은 대형사고의 지름길이다. 음주운전의 기준이 되는 혈중알콜농도가 0.1% 포인트 높아지면 교통사고의 가능성은 10배 높아진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치명적이며 음주운전자는 정상운전자보다 사망 가능성이 4배 높다. 이처럼 음주운전은 에이즈보다도 직접적이고 현실적인 위협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점은 수년 전부터 음주운전이 다소 줄어들고 있다는 점이다. 전체 교통사고 가운데 교통안전에 가장 민감한 지수인 교통사고 사망자수도 1990년대 중반 1만2,000명에서 올들어 8,000명으로 크게 떨어졌다. 그런데 이러한 결과는 운전자의 자각에 의한 것이 아니며 실제로는 경찰의 지속적이고 광범위한 음주단속, 안전띠 의무화, 그리고 과속카메라를 비롯한 무인단속장비의 확대에 기인한 것이다. 혹자는 교통 선진국의 '신사적인' 음주단속을 거론하는데, 이들 나라의 질서정연한 도로 환경은 사람과 자동차가 엉켜있는 우리와 다르다. 또한 선진국민들은 우리처럼 밤늦게까지 '부어라 마셔라'를 하지 않는다.
시민편의를 이유로 공익을 저버리는 것이 경찰의 모습인가. 성숙한 시민의식에 문제의 해결을 기대할 수는 없기에 또 다른 우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하며 일부 비난을 무릅쓰고 음주단속에 나서 이 정도의 효과를 얻게 해준 그간의 경찰에 감사드린다. 그런데 이제 그만 싸우자며 음주운전과의 휴전을 제의하는 것인가.
음주운전은 본인의 인생을 망치고 가족의 불행을 몰고 오고 타인에게 회복불능의 피해를 가져다 준다. 문명사회는 다름 아닌 교통사고 위험으로부터 멀리 벗어나 안심하고 살아가는 사회이다. 과거의 야만적인 음주단속을 찬양하는 것이 아니다. 음주단속을 과학적으로 하되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말이다.
강 재 홍 한국지능형교통협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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