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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강남 집 값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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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열며]강남 집 값 때문에

입력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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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적인 상황에서 정부가 경기를 부양하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을 뿐이다. 정부지출을 늘리고 세금을 줄이는 재정정책과 금리를 내리는 정책이다. 우리나라처럼 변동환율제도를 채택하고 있는 소국개방경제에서 재정정책보다는 금리인하가 훨씬 더 강력한 부양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게 경제학의 정설이다.미국경제가 회복세를 타기 시작할 것이라는 주장이 점점 더 힘을 얻고 있다. 그러나 우리의 희망인 수출은 증가하지 않을 수 있다. 미국의 누적적인 경상수지 적자로 달러가치가 하락한다면 미국의 호경기도 남의 집 잔치가 될 뿐이다. 이 때도 달러 하락에 맞서서 원화가치를 하락시키려면 금리를 인하하여야 한다.

이렇게 중요한 금리의 행동반경이 주택가격에 대한 우려로 꽁꽁 묶여 있다. 금리를 조금 내렸다가 강남 집 값만 올렸다고 금통위가 욕을 잔뜩 먹고 있다. 가장 중요한 거시정책의 결정자가 실탄 없이 전장에 나가는 병사의 모습을 하고 있다. 지금은 금리인하의 때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앞으로 경기가 더 악화되면 어떻게 할 것인가?

정부가 여러 방법을 동원해 주택가격을 안정화하려고 하는 이유는 두 가지로 보인다. 하나는 현재의 주택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다는 판단이다. 둘째는 한 해에 수억 원을 벌었다는 서울 강남 사람들 이야기를 들으면 국민들이 일손 놓고 술 마시고 싶은 충동을 느끼기 때문이다.

그럼 거품은 있는가. 최근 2년 간 주택가격이 전국적으로 급등한 것은 사실이지만 상승세는 강남과 일부 수도권 아파트에 집중되었다. 1980년대 말의 부동산 거품이 꺼진 시점, 따라서 가격에 거품이 끼어 있지 않다고 생각되는 시점은 93년 5월, 딱 10년 전이다. 이 때를 기준으로 서울 강북의 아파트가격은 40% 상승했다. 그러나 그 동안 이보다 더 상승한 소비자 물가를 감안한 실질가격은 8% 하락했다. 이에 비해 강남의 아파트는 실질로 따져도 30% 상승했다.

거품을 추정하는 더 나은 방법은 어떤 자산의 가격이 그 자산이 실제로 벌어들이는 수익에 비해 몇 배 높은 가(가격수익비율)를 계산하는 것이다. 전세가격에 이자율을 곱한 값을 아파트의 수익으로 잡으면 강북 아파트의 가격수익비율은 동기간 15에서 25로 상승했지만 강남의 아파트는 15에서 35로 상승했다.

그동안 이자율이 하락했고 예전의 이자율로 회귀할 가능성도 없다는 것을 고려하면 가격이 수익에 비해서 오른 것을 전부 거품으로 간주할 수 없다. 추측일 뿐이지만 서울의 강북과 (일부를 제외한) 지방의 아파트 가격에 많은 거품이 끼어 있다고 판단하기는 힘들다. 다만 강남의 아파트 가격에는 자꾸 의심이 간다.

주택가격에 거품이 크게 끼지 않았는데도 이를 보유세로 무리하게 끌어내리는 것은 우매한 정책이다. 설령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세금이 늘어나서 주거비용이 줄어들지 않는다. 담배를 끊는 대신 니코틴을 주사하는 격이다. 더구나 가격하락은 공급의 축소를 가져와 장기적인 가격상승 요인을 제공한다.

따라서 거품의 현 수준과 가능성, 부의 재분배 입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때 정부가 현재 추진하고 있는 '선택적' 투기억제 정책은 올바른 방향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방법이 통하지 않고 불황도 더 심해진다면 정부는 양도세 현실화 이외에 더욱 강력한 방법을 고려해야 한다. 강남의 고가아파트를 겨냥한 보유세의 강화다. 우리나라의 보유세는 선진국에 비해서 낮다. 또한 양도세는 거래비용을 증가시켜 과소평가 되거나 과대평가 된 가격의 조정을 방해하는 부작용이 있다. 보유세의 강화는 지방자치의 정신과는 충돌하겠지만 강남 집 값 때문에 상실한 국가의 중추기능을 되찾기 위한 고육지책이 될 것이다.

송 의 영 서강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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