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일 3국이 14일 대북정책조정감독그룹(TCOG) 회의에서 내놓은 북한 핵 문제 가이드라인은 늦어도 8월말 전에 한국 일본 등이 참가하는 '확대 다자회담'을 갖는다는 목표 아래 대북 설득과 압박을 다각도로 강화한다는 것이다. 다만 3국은 북한을 다자틀로 유도하기 위한 방법 면에서 한국은 설득에, 미국은 압박 쪽에 무게를 둔 기색이 역력했다.이에 따라 이번 TCOG 회의에선 앞서 한·미, 미·일 정상회담에서 각각 언급된 '추가적 조치', '더욱 강경한 조치'는 "한·미·일 공조를 요하는 상황을 조성하지 말 것을 촉구한다"는 식으로 한층 부드러워졌다. 또 마약, 위폐 등에 대한 대응도 북한이 아니라 '북한 내 조직들'로, 이에 대한 대응도 합의가 아니라 '협의'키로 했다. 심지어 미측이 보도문 초안에 핵 문제 해결을 위해 '추가적 공조(Further Coordination)'가 긴요하다는 문구를 제시하자, 이마저도 '긴밀한(Close) 협의'로 대체할 것을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이 같은 조율이 이뤄진 것은 미국이 의외로 다자회담에 대해 강한 확신을 갖고 있었던 데다, 평화적 해결을 강조하는 우리측의 주장이 상당부분 반영됐기 때문이라고 정부는 설명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미국은 확대 다자회담이 열리면 북한이 미국에 할말을 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중국을 통해 북한에 전한 것으로 안다"면서 "미국은 북한의 다자회담 수용 가능성이 70% 이상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8월말이 북한 핵 문제 해결의 일종의 데드라인이 된 것은 1994년 제네바 합의의 마지막 끈인 대북 경수로 사업의 운명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미국은 이번 TCOG 회의에서 "핵 문제가 심각한 상황에서 부품 공급에 필요한 의정서 체결, 이에 수반되는 예산 배정이 불가능할 수 있다"고 사실상 사업 중단을 선언했다.
미국은 그러나 경수로 사업마저 놓을 경우 후속회담의 여지마저 사라진다는 한·일의 입장이 워낙 강하자 사업 중단 결정을 잠정 유보했다.
이 같은 3국의 이해관계는 8월말 이전에 어떤 식으로든 확대 다자회담을 성사시켜 핵 문제와 연계된 경수로 문제, 일본의 관심사인 미사일·납치 문제 등까지 포괄적으로 해결하는 단초를 열어야 한다는 합의로 귀결됐다.
정부 당국자는 "미측은 북한이 다자회담을 수용하면 지난해 12월 이후 중단된 중유제공을 재개하는 등 우리측 로드맵을 경청했다"고 전했다. 다만 우리측은 국제법 위반사항인 북한의 마약, 위폐에 대한 단속을 강화하고 확산방지체제(PSI)에 대한 협조를 요구한 미국의 요구를 거부할 명분이 없었다. 더욱이 일본도 마약 사범의 30% 이상이 북한과 직·간접적으로 관련이 있다며 단속 강화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피력했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이런 것이 대북 압박을 비쳐질까 공동보도문에 넣지 말자는 주장도 있었으나 엄연한 범법행위에 대한 차단노력 마저 기피할 순 없었다"고 말했다.
/호놀룰루=이동준기자 dj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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