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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잡아라]<2> 일본을 제친 한국 상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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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오르는 거대시장 인도를 잡아라]<2> 일본을 제친 한국 상품들

입력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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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의 수도 뉴델리의 최대 전자상가인 네루마켓. 낡은 5층 건물 4개동의 허름한 외관과는 달리 내부는 매장마다 가득한 세계 유명 컴퓨터와 전자부품과, 붐비는 쇼핑 인파가 뿜어내는 열기가 서울의 용산전자 상가를 연상케 했다.건물 외벽은 소니, 휴렛팩커드, 필립스 등 세계 유명 전자회사들의 광고간판들로 덮여있다시피 하는데 곳곳에 LG전자와 삼성전자의 간판들도 눈에 띄었다. 이 곳은 대부분의 매장들이 다양한 업체들의 제품을 동시에 판매하지만, 한국 제품은 단독매장을 운영할 만큼 인기가 높다고 현지 상인들은 말했다. 컴퓨터 모니터를 구입하러 왔다는 회사원 보팔씨는 "인도에서 최고 가전제품 브랜드가 바로 LG전자와 삼성전자"라며 "인도인에게 적합한 디자인과 뛰어난 성능 때문에 대단한 인기를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의 도로도 한국 자동차들이 점령하고 있다. GM, 포드, 크라이슬러, 도요타, 혼다, 마루티(인도 국내 자동차회사) 등 수많은 차량 속에 현대자동차의 '산트로'(아토스의 현지명)와 '액센트'가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대우자동차의 마티즈와 씨에로 등을 포함하면 차량 중 20%가량은 한국산 자동차들이었다.

뉴델리의 한 현대자동차 대리점앞에는 계약을 기다리는 손님들이 긴 줄을 이루고 있다. 대리점 영업부장인 하메트 싱씨는 "지난 주 출시한 뉴 산트로가 폭발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고, 2,700CC의 소나타도 부유층의 높은 관심을 끌면서 꾸준한 계약건수를 올리고 있다"며 "한 달에 450대 가량을 판매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트리오'가 단기간내 인도시장에서 이뤄낸 성공신화는 유례가 없는 일로 꼽힌다. 더 타임스 오브 인디아, 비즈니스 스탠더드 등 유력 일간지와 방송은 한국 기업들의 급성장을 특집으로 보도하는 등 크게 주목하고 있다. 비즈니스 스탠더드 특집기사의 제목은 '한국 기업들의 맹공(The Korean Blitz)'이었다.

지난해 3사의 매출은 전년 대비 40% 증가한 19억 달러로 우리나라의 대인도 수출 13억5,000만 달러보다 1.5배 많았다. LG전자와 삼성전자는 1997년 인도에 진출한 이후 30∼40%대의 성장을 기록하면서 대부분 품목에서 1,2위를 차지하고 있다. LG전자는 지난해 컬러TV 112만대를 판매, 1위로 오르고 냉장고(매출 102%), 에어컨(98.5%), 세탁기 (38%) 등 각 부문이 고르게 성장해 매출이 전년 대비 50% 늘어난 7억 달러를 기록했다. 삼성전자는 올 3월 평면TV 부문에서 시장 점유율 27%로 일본의 소니를 누르고 1위에 올랐고, 지난해 휴대폰 360만대를 판매했다. 현대자동차도 지난해 11만1,000대를 판매, 인도기업인 마루티에 이어 2위를 기록했고, 산트로, 액센트, 소나타는 모두 배기량별로 시장 점유율 1위를 차지했다.

한국 제품의 인기는 공장의 생산라인에서 그대로 확인할 수 있었다. 뉴델리 인근 BP주 노이다에 위치한 LG전자 공장에서 만난 프리트 두갈 생산라인 담당 과장은 "여름철 성수기를 맞아 냉장고와 에어컨은 없어서 못 팔정도"라며 "대부분의 생산 라인이 24시간 풀 가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전자는 부족한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서부 마하라쉬트라주에 노이다의 공장과 비슷한 규모인 6만 여평의 부지에 제 2 공장을 건설할 계획이다. 현대자동차도 한국의 소형차 생산라인을 폐쇄하고 인도의 생산라인 증설을 추진 중이다.

한국 기업들이 아시아에서 소니와 도요타 등 일본 간판기업들을 제친 경우는 인도가 유일하다는 게 현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KOTRA 강석갑 인도관장은 "일본 기업들이 열악한 인도의 생활환경 등을 이유로 투자에 소극적이었지만, 한국 기업들은 과감한 현지화와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시장을 선점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델리·노이다=권혁범 기자 hbkwon@hk.co.kr

● 세티 商議부국장

"한국 기업들이 인도의 기술수준과 경쟁력을 높이는 데 큰 몫을 하고 있습니다"

인도상공회의소(FICCI) 비니타 세티(사진) 부국장은 "LG전자와 삼성전자, 현대자동차 등 한국 기업들이 좋은 품질과 적절한 가격의 제품을 생산, 소비자들로부터 큰 호응을 받고 있다"며 "한국 기업들의 뛰어난 기술력은 인도 국내 기업들에게 자극을 주어 경쟁력을 높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한국 기업들은 부품을 인도 현지에서 구매하는 비율이 높아 인도 부품업체들의 기술수준이 빠르게 높아지고 있다며 만족감을 표시했다.

세티 국장은 FICCI는 현재 한국의 대한상공회의소와 협력관계를 맺어 양국 기업들의 교류를 적극 돕고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정부는 특히 한국 중소기업들의 진출을 바라고 있다고 그는 전했다. 미국과 영국 등 선진국 기업들로부터의 기술도입은 비용이 많이 드는 만큼 한국 중소 기업들이 인도 기업들에게 기술을 이전할 수 있는 협력체체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세티 국장은 "인도는 세계은행에서 구매력을 4위로 평가하고 금융부문이 빠르게 변화하는 등 머지 않아 중국에 필적할만한 시장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인도 정부는 정보기술(IT)산업, 지식산업, 생명공학산업을 적극 지원하고 사회 인프라 확충에 힘을 쏟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한국 기업들이 소비재 뿐 아니라 기반시설에도 관심을 갖고 투자에 나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뉴델리=권혁범기자

印언론 '한국기업 성공비결'

인도 언론은 '한국 트로이카'의 급성장을 '한국 기업들의 맹공(The Korean Blitz)'으로 묘사했다. 유력 경제일간지 '비즈니스 스탠더드'는 "한국 기업들이 단 기간 내에 성공을 거둔 것은 미국과 일본 등 다른 기업들과는 확연히 다른 인도진출 전략에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먼저 다른 나라 기업과 달리 전사적인 관점에서 인도시장을 생산거점으로 육성한다는 전략과 이에 따른 집중적인 투자를 첫번째 성공요인으로 꼽았다. 현대자동차와 LG전자가 인도시장의 장래성을 보고 투자한 금액이 8,000억원과 1,000억원에 달한 반면, 미국의 GM과 일본의 소니는 2,100억원과 224억원에 그쳤다.

두 번째는 차별화한 'Top-Down 방식'의 시장접근 전략. 한국 기업들은 처음 고가전략을 구사, 소비자들에게 고급품이라는 인식을 심어준 뒤 저가 모델을 도입해 점차 하위 소득계층으로 파고들었다.

셋째는 과감한 현지화 전략을 들었다. 한국 기업들은 시장 진입 후 대대적인 부품의 현지조달 확대를 통한 원가절감 노력을 기울였다는 것이다. 현대자동차와 삼성전자 컬러TV는 현지부품 조달비율이 85%에 달한다. 특히 LG전자의 경우 직원 1,387명 중 한국인은 14명에 불과할 정도로 경영까지 현지화하고 있다.

마지막으론 인도시장과 한국시장에서 동시에 새로운 모델을 출시하는 전략이 인도인들의 구매력을 자극하는 계기가 됐다고 이 신문은 설명했다. 일본기업은 대부분 인도에 도입하는 제품 모델이 일본 국내 또는 수출 모델에 비해 1년 이상 뒤진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LG전자 현지법인 김광로 법인장(부사장)은 "인도 직원들이 LG전자를 자신들의 회사로 여기며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현지화에 주력하고 있다"며 "제품들도 연구센터에서 인도의 기후와 인도인의 기호에 맞는 모델로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이다=권혁범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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