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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세계 3대 요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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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하의 길위의 이야기 / 세계 3대 요리

입력
2003.06.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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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터키를 여행할 때 본 가이드북엔 터키 요리가 프랑스, 중국 요리와 함께 세계 3대 요리라고 씌어 있었다. 여행을 다녀온 뒤 사람들에게 그렇게 말했더니 모두들 프랑스, 중국은 들어봤어도 터키는 금시초문이라고 했다. 그래도 책에 그렇게 씌어 있다고 그랬더니 다들 그러려니 했다. 그런데 일본 쪽 어떤 가이드북을 보면 프랑스, 중국, 일본 요리가 세계 3대 요리라고 씌어 있다. 프랑스는 화려함에서, 중국은 다양함에서, 일본은 섬세함에서 세계 제일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세 번째는 자꾸 바뀐다. 혹자는 인도, 혹자는 이탈리아 요리를 세계 3대 요리에 슬쩍 밀어넣는다.또 여행을 하다 보면 '이 건물은 세계 8대 불가사의 중의 하나'라고 천연덕스럽게 주장하는 것을 볼 수 있다. 본래 세계의 불가사의는 7개다. 그런데 8대 불가사의라고 한 명이 쓰기 시작하면 관광객은 진짜인 줄 알고 그걸 그대로 본국에 와서 소개하고, 그게 결국 진실이 된다. 8대 불가사의도 미심쩍은데 심지어 어떤 곳은 9대 불가사의를 참칭하고 있다. 나머지 8개가 무어냐고 물어보면 가이드들은 씩 웃으며 "모르니까 불가사의 아니냐"고, 다 봤으면 다른 곳으로 가자고 한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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