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가장 평화로운 나라에서 범죄가 들끓는 나라로…."히말라야 산맥 동쪽의 작은 불교국가 부탄을 가리키는 말이다. 이 같은 급격한 변화를 가져온 것은 TV이다.14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1999년 6월 당시 세계에서 유일하게 TV를 볼 수 없는 나라였던 부탄의 국왕은 선진 문물 도입과 민주화를 위해 국민들의 TV 시청을 허용했다. 그때까지 70만 부탄인들은 곤충을 죽이거나 과음을 하는 것을 큰 죄로 알 정도로 순진했다.
1616년 건국 이후 1961년에야 처음으로 다른 나라와 외교 관계를 맺는 등 정치적, 지리적으로 철저하게 고립돼 오직 불교 교리에 따라 살아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TV는 모든 것을 바꾸어 놓았다. 미국의 '스타 TV' 등 주로 서양의 자극적인 상업 방송을 즐겨 본 부탄인들이 현실과 TV를 구별하지 못해 모방범죄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돼지에게나 먹이던 마리화나 중독자 수백명이 체포됐고, 이유 없이 가족을 살해하거나 학교 등 공공장소에서 총기를 난사하고, 술에 취한 청소년들이 떼지어 사원과 은행 등을 터는 사건들이 속출했다.
최근 한 설문조사에서는 어린이의 50% 이상이 하루 12시간 이상 TV를 보고, 부모의 35%가 자녀와 대화하는 것보다 TV 시청이 좋다고 답하기도 했다.
상가이 은게덥 보건교육장관은 "일부 학자들이 TV를 다시 금지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이미 TV의 맛을 본 시민들은 폭동이라도 일으킬 태세"라고 말했다.
/최문선기자 moonsun@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