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웨이의 팩맨(1981)에서 시작되는 고전 아케이드 게임의 계보는 같은해 너구리와 닌텐도의 동키콩, 뽀빠이(1982)를 거쳐 타이토의 미스터두(1982)로 이어진다. 비행 슈팅 장르와 함께 게임계를 양분했던 이들 고전 아케이드 게임은 우리나라에서는 겔러그(1981)와 제비우스(1982)의 위세에 눌려 대단한 인기를 얻지 못했지만 슈팅게임 일색인 오락실의 재미를 돋구는 '약방의 감초'였다. 어쩌다 겔러그의 무한 파괴에 질릴 때면 너구리나 뽀빠이 한 판으로 무디어진 파괴본능에 휴식을 주곤 했던 것.이런 전례에 비춰 테칸의 1984년작 '봄잭'(Bomb Jack)은 오락실의 구색 맞추기 양념에서 벗어나 화려한 인기를 누린 몇 안 되는 아케이드 게임이다. 이 게임은 같은 장르의 선배 게임들이 공유했던 면면한 흐름을 그대로 계승하면서 더욱 화려한 그래픽과 사운드, 아기자기한 캐릭터 디자인으로 아케이드 팬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았다.
'쫓아오는 괴물을 피해 아이템 모두 찾아먹기'라는 아케이드 게임의 전통적인 과제는 봄잭에서도 그대로 반복된다. 봄잭이 다음 판으로 넘어가려면 위아래 가로세로로 날아다니는 외계인들을 피해 화면에 널린 20여개의 폭탄을 모두 처리해야 한다. 또 슈퍼 아이템을 먹은 일정시간 동안은 반대로 주인공이 괴물을 잡아먹는 설정도 그대로다. 다만 봄잭의 괴물들은 슈퍼 아이템이 효과를 내는 순간 모두 금화로 변해 버린다.
봄잭은 슈퍼맨 모양의 캐릭터로, 뛰거나 걷는 대신 화면을 날아다닌다. 이에 따라 스테이지 구성도 2차원의 상하구조다. 점프 키를 누르면 봄잭이 하늘로 날아오르는데, 적당한 높이에 이르면 아래로 죽 떨어지며 좌우로 재빨리 움직여 폭탄을 줄줄이 먹는 기술이 이 게임의 포인트다. 공중에 떠있는 상황에서 천천히 좌우로 움직이려면 점프키를 연속으로 눌러주면 된다. 봄잭은 인터넷 에뮬랜드(www.emulland.net)에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다.
/정철환기자 plomat@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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