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하게 죽은 두 누이의 슬픔을 판소리를 통해 대중에게 알리고 싶었습니다."여중생 사망 1주기를 맞은 13일 오전 서울 국립극장 판소리 연습실. 지난해 10월 '미선이와 효순이를 위한 판소리 추모가'를 만든 소리꾼 박성환(34·사진)씨는 장구를 치며 구슬픈 목소리로 두 여중생의 넋을 위로했다. 박씨는 "1년이 지나도록 아직까지 미군 장갑차에 희생된 두 누이에 대한 미국의 성의 있는 답변이 나오지 않고 있다"며 "다시는 우리나라에서 미군에 의해 처참하게 희생되는 사람이 나와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박씨가 추모가를 만들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 9월부터. 촛불시위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면서 서울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것이 계기가 됐다. 국립창극단 단원인 박씨는 매주 추모집회에 참가하다 보다 대중적인 방법이 필요하다는 생각에 자신의 특기인 '신작판소리'를 살려 1개월 동안의 작업을 통해 추모가를 만들었다.
'두 여중생의 죽음을 헛되이 하지 말고, 우리의 일상생활 속에서 더욱더 소중히 간직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이 추모가는 가사 분량만도 A4용지 3장이 넘고, 판소리 시간도 15분을 훌쩍 뛰어넘을 정도의 대작이다. 이 추모가는 전문가들로부터 아니리, 세마치, 자진모리, 엇모리, 진양조 등 다양한 판소리 장단을 활용해 효과적으로 메시지와 감정을 전달해 준다는 평을 받았다. 이야기를 풀어가는 '아니리'에서는 미군들이 저질렀던 범죄를 설명하고, 긴박감을 더해 주는 '엇모리'에서는 지난해 6월 13일 두 여중생이 무참히 죽어가는 모습이 적나라하게 함축돼 있다.
박씨는 "두 누이의 죽음은 단순한 미군병사의 실수가 아닌 우리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불평등한 한미관계의 문제로 인식해야 한다"며 "두 여중생의 죽음을 결코 잊어버려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고성호기자 sungho@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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