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대 내 비리가 왜 근절되지 않는지 압니까? 군사법원의 온정주의적 판결과 솜방망이식 자체징계 때문입니다."인천공항 외곽경계시설 공사과정에서 뇌물을 받은 전현직 '별'들이 줄줄이 경찰 수사망에 걸려든 12일. 한 장교는 군내 부조리 척결을 아무리 외쳐봐도 비리사범을 엄중 처벌하는 문화가 정착되지 않으면 군 개혁은 구두선에 그칠 것이라며 이같이 단언했다. 4월 터져 나온 국방회관 비리 연루자의 절반 이상이 기소유예와 무혐의로 풀려난 사실이 이 달 초 드러나 논란을 빚자 한 국방부 장군은 이렇게 말했다. "30년 넘게 국가에 헌신해왔고, 받은 돈의 대부분은 부대운영비로 썼는데 돈 몇 백만원 받았다고 법정에 세우는 게 옳습니까. 그 사람들 옷을 벗은 것만으로도 이미 처벌을 받은 거나 마찬가집니다."
군 비리는 군 특유의 속성상 잘 드러나지 않는다. 상명하복식 지휘명령 체계와 '보안'이라는 울타리가 군 비리를 감싸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도 경미한 처벌구조와 '운영비로 썼는데 어떠냐'는 식의 도덕적 해이가 비리의 가장 큰 원인이라고 대부분의 장교들은 입을 모은다.
조영길 국방장관은 13일 긴급 기자간담회를 갖고 "매우 참담하고 송구스러운 심정"이라고 사과하고 "비리척결의 관건은 왜곡된 군대 문화를 쇄신하고 정신개혁을 이루는 것"이라고 말했다. 장관의 말대로 잘못된 관행이나 문화를 바로잡지 않는다면 앞으로도 비리를 감시해야 할 기무사 간부가, 군 경찰의 총수 격인 합조단장이 뇌물을 챙기는 어이없는 비리사건이 언제 또 터져 나올지 모른다. 장관의 사과는 이번이 마지막이어야 할 것이다.
김정호 사회1부 기자azur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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