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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책 띠지' 없애기 캠페인

입력
2003.06.1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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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할 때 가장 무거운 짐은? 아마 책이 아닐까 한다. 그래서 평소 잘 보지 않고 책장만 차지하고 있는 책을 골라 왕창 버리고 가기도 한다. 그런데 언제부턴가 또 하나의 책 쓰레기가 늘었다. 책 표지에 끼운 띠지다.신문사로 매주 보도자료로 100권 정도 배달되는 신간을 받을 때마다 가장성가신 것이 띠지를 벗기는 일이다. 곧장 쓰레기통으로 던진다. 띠지를 고안하고 일일이 책에 끼우느라 애썼을 사람들의 노고 따위는 안중에도 없고, 그저 귀찮기만 하다. 대부분이 그럴 것이다.요즘에는 띠지 자체를 책 디자인의 한 요소로 보고 공들여 만드는 데도 있지만, 오래 간직하고 싶을 만큼 아름다운 띠지는 여태 못봤다. 바로 쓰레기로 버려질 띠지를 굳이 만드는 것은 조금이라도 더 눈에 띄어 판매로 이어졌으면 하는 기대 때문이지만, 띠지 덕분에 책이 더 팔렸다는 얘기도 못들어봤다.띠지를 아예 없애면 어떨까. 마침 교보문고와 시민단체 환경정의시민연대는 환경의 날인 지난 5일부터 15일까지 환경 큰 잔치를 열면서 띠지 없애기 캠페인을 벌이고 있다. 띠지 때문에 생기는 문제는 쓰레기만이 아니다. 띠지가 책 표지에 인쇄된 바코드를 가리는 바람에 말썽이 벌어지기도 한다.교보문고는 지난 달 강남점 오픈에 맞춰 50억원을 투자해 일본에서 자동물류시스템을 들여왔다. 컨베이어 벨트에 실려 돌아가는 책들에서 바코드를읽어 책 종류와 가격, 수량, 입고 시점 등 정보를 파악하고 전산처리 하는설비다. 그런데, 바코드가 가려져서 읽지 못하고 튕겨져 나오는 책이 적지않다고 한다.그런 책은 사람 손으로 일일이 점검하는 수 밖에 없고 재분류가 이뤄지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러는 동안 주문받은 책의 배송이 늦어지는 사태가벌어져 고객들도 불편을 겪었다.띠지는 일본에서 들어왔다. 많은 출판사들이 홍보 마케팅 수단으로 띠지를애용하고 있다.띠지 비용이 전체 책 제작비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하다. 그러나,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너도 나도 띠지를 만들면 그 돈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나는 오늘도 띠지를 벗기면서 신경질을 부린다.

/오미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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