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둥둥둥∼" 묵직한 북소리가 울리자 경복궁 흥례문 서쪽 행각에서 취타대(吹打隊)를 앞세운 수문군이 등장한다. 울긋불긋한 깃발이 나부끼고 칼을 차고 활을 멘 채 전방을 날카롭게 주시하며 행진하는 늠름한 군사들은 좌중을 압도한다. 경복궁 흥례문 앞마당에서 매일 벌어지는 '조선시대 궁성문 개폐 및 수문장 교대의식' 모습이다.최근 들어 과거의 전통과 문화를 상징하는 전통의례 재현행사가 늘어나고 있다. 일회성 공연보다 정기적인 행사로 기획돼 당당히 관광상품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궁중조회 '상참의(常參儀)'
경복궁 사정전에는 조선시대 6품 이상 신하들이 매일 아침 왕을 알현하고 국사를 논했던 궁중조회가 재현되고 있다. 궁중조회는 신하들이 왕에게 문안인사를 올리고 국정을 보고하는 상참의(常參儀)와 왕과 신하가 국사를 논하는 조계(朝啓)로 구성된다. 북소리와 함께 상참관과 판통례 등 백관들이 도열하고 경호군사들의 호위를 받는 왕의 입장으로 시작돼 백관들의 알현의식과 소관분야 보고 순으로 진행된다. 국정보고에 이어 왕과 신하들은 주요 국사를 토론한 뒤 국왕이 퇴장하면서 35분 여의 재현의식은 끝난다. 탤런트 길용우씨가 왕의 역할을 맡는 등 70여명의 선발된 전문배우와 단역배우 등이 출연한다. 10월26일까지 매주 토·일요일 오전 11시. 한국문화보호재단 (02)3210-1645∼6
백성 구제 '임문휼민의(臨門恤民儀)'
문화재청이 올해 처음 재현하고 있는 조선시대 백성구휼의식. 가뭄이 들거나 홍수가 나면 관리들이 왕에게 고해 왕이 친히 궁궐문에 나아가 백성을 불러 고충을 듣고 곡식을 베풀며 위로했다. 조선왕조실록 영조25년(1749년)의 내용을 바탕으로 궁중의례 전문가로 구성된 자문위원회의 철저한 고증을 받았다.
왕과 세자가 입장해 누(樓)에 오르는 것으로 시작해 신하들이 왕에게 국궁사배(鞠躬四拜)하고, 백성이 나아가 엎드려 고충을 토로하면 왕의 지시로 곡식 배분장소에서 쌀을 받아간다. 전문배우 등 34명이 출연해 30여분간 진행한다. 10월26일까지 매주 일요일 오전11시, 오후3시 경복궁 흥례문. 비가 오면 다음 토요일로 순연된다. (042)481-4751
치안유지 '포도대장과 순라군들'
일요일 오후 인사동에선 행동거지를 조심해야 한다. 조선시대 한성부와 경기도의 치안책임자였던 포도대장, 도둑과 화재를 막는 군사인 순라군들이 순찰을 돌기 때문. 연기수업을 받은 공익요원과 공공근로자 23명이 출연해 인사동 일대 순찰부터 잡범체포, 재판, 형집행 등의 과정을 1시간 동안 현장극 형식으로 진행한다. 구경꾼들은 잡범이 돼 곤장을 맞거나 주리가 틀리는 역할로 연극에 참가할 수도 있다. 포도대장과 포졸들과의 해학적인 사진찍기는 관광객의 인기를 끈다.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인사동거리. 종로구청 (02)731-1183
수문장 교대의식
경복궁, 덕수궁, 창덕궁 3곳에서 열린다. 한국문화재보호재단이 주관하는 경복궁의식은 매회 80∼90명이 참여해 가장 규모가 크다. 화요일을 제외하고 궁성문 개문식(오전10시), 수문장 교대의식(낮12시, 오후2시) 궁성문 폐문식(오후3시30분) 순서로 11월30일까지 진행된다. (02)3210-1645∼6
서울시가 주관하는 덕수궁과 창덕궁의식은 월요일을 제외하고 오후2시부터 3시30분까지 3회 연속해 재현된다. 재현의식은 12월31일까지 계속되지만 혹서기(7월28일∼8월2일)와 혹한기에는 쉰다. 서울시 관광과 (02)731-5451
수원에 가면 정조의 화성행궁 행차와 수문장교대의식을 함께 볼 수 있다. 10월말까지 매주 일요일과 공휴일 오후1시30분부터 3시까지 2회. 수원화성문화재단 (031)246-5665
/김동국기자dkkim@hk.co.kr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