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미노 요시히코 지음·박훈 옮김 창작과비평사 발행·1만5,000원일본 도쿄(東京) 시내 서점에 갔을 때의 경험이다. '일본'과 '일본인'에 관한 책이 무척 많았고, 대부분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놀랐다. 외국인을 대상으로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설명을 한 것도 있었지만, 스스로 자기 분석을 한 책들이 주종이었다. 일본인들은 끊임없이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 묻고 있다는 점이 부럽다는 느낌까지 들게 만들었다.
이 책 역시 그런 부류에 속한다. 하지만 일본의 특수성이나 일본인의 민족성 등을 다룬 책들과는 다르다. 오랜 기간 동안 언급하지 않았던, 또는 그냥 넘어 갈 수밖에 없었던 '일본'이라는 국가 자체를 이야기하고 있다. '일본'이라는 국호가 언제부터 사용됐고,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이냐는 것 등이다.
일본은 흔히 단일 국가, 단일 민족으로 이야기된다. 주위가 바다로 격리·고립된 섬나라이고, 그렇게 닫힌 세계에서 오래 생활해왔기 때문에 일본인은 단일 민족이라거나, 그래서 다른 민족이 쉽사리 이해하기 힘든 독자적인 문화를 키워온 반면 폐쇄성을 지니게 되었다는 것이 세계에서 통용되는 일본론이다.
저자는 이러한 '상식'이 절반은 '신화'라고 주장한다. 역사적인 사실과 유리되어 있다는 것이다. 우선 '일본'이라는 나라 이름이 언제부터 사용됐고, 그것은 어떤 의미를 갖는지 대부분의 일본 국민은 모르고 있다고 저자는 밝히고 있다. '일본'이라는 국호는 7세기 말 처음 역사에 등장하는데, 메이지(明治) 이후 일본 정부가 건국 신화를 역사적 사실인양 국가 교육을 통해 국민들에게 철저히 주입했다는 것이다.
일본 역사 교육에서 이러한 점을 소홀히 한 결과 현대 일본인의 거의 대부분이 자신이 속한 국가의 명칭이 언제, 어떤 의미로 정해졌는지 전혀 모른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세계적으로 보기 드문 진기한 사태가 지속되고 있다고 저자는 말하고 있다. 이러한 '일본'에 대한 애매모호한 생각은 '천왕'에 대한 철저한 인식을 방해했고, 이는 3년 전 "일본은 천왕을 중심으로 하는 신의 나라"라고 공언하는 총리까지 출현시켰다는 것이다.
저자는 이런 식으로 '상식'을 뒤엎고 있다. '일본 국적 소유자라는 의미 이외에 일본인은 없다'는 말에 전적으로 동감하고 있다. 이쯤 되면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바가 명확해진다. 크게 세 가지다. 일본 열도는 고립된 지역이 아니며, 일본 역사는 열도 안에서만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는 것이 첫번째고, 일본 내부에 단일한 일본 역사·문화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이 두번째다. 다음은 일본은 농업사회였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저자는 원로 역사학자(전공은 일본 중세사)로, 이 책은 한 일본 출판사의 일본 역사 시리즈 26권의 총론에 해당한다. 옮긴이는 일본 역사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고, 번역에 2년을 들였다. 그만큼 책 내용이 광범위하고 번역 또한 충실하다.
역자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비교적 상세한 일본 지도를 옆에 놓는 것이 유익할 것이다. 더 잘 이해하기 위해서는 일본의 고대·중세사 서적을 사전에 읽어야 한다. 이것이 '당부의 말'이다. 그러나 무턱대고 읽어도 '재미'가 있다. 일본이란 무엇인가를 알게 된다는 것과 함께 자꾸 우리의 경우가 오버랩된다. 그래서 우리는? 그런데 우리는? 그렇다면 우리는? 이라는 의문이 그것이다.
/이상호 논설위원 shlee@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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